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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훈훈할순 없다" '펜싱 만찢남'오상욱X구본길,금빛 우정의 피스트[항저우S토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3-09-25 21:22 | 최종수정 2023-09-26 09:40


"이보다 더 훈훈할순 없다" '펜싱 만찢남'오상욱X구본길,금빛 우정의 피…
포옹하는 오상욱-구본길<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보다 더 훈훈할순 없다" '펜싱 만찢남'오상욱X구본길,금빛 우정의 피…
함께 시상대에 오른 오상욱-구본길<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보다 더 훈훈할순 없다" '펜싱 만찢남'오상욱X구본길,금빛 우정의 피…
오상욱, 펜싱 남자 사브르 금메달<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꽃미남 펜서' 오상욱(27·대전광역시청)이 마침내 간절했던 아시안게임 첫 챔피언의 꿈을 이뤘다.

오상욱은 25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 체육관에서 펼쳐진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한솥밥 선배'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을 15대7로 꺾었다. 생애 두 번째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첫 우승 감격을 누렸다. 전날 여자에페 최인정, 송세라가 금·은메달을 휩쓴 데 이어 항저우 펜싱장엔 이틀 연속 뜨거운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이보다 더 훈훈할순 없다" '펜싱 만찢남'오상욱X구본길,금빛 우정의 피…
한 경기장 두 태극기<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5년전 자카르타-팔렘방대회 때도 오상욱은 구본길과 결승에서 격돌했다. 구본길은 이미 두 개의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가졌고, 첫 출전인 오상욱이 금메달을 따면 예술 ·체육요원 군 대체복무가 가능해지는 상황,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 애당초 양보란 없었다. 14-14에서 마지막 한끗을 구본길이 찔러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연패를 확정한 구본길은 후배를 향한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쏟았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합작하며 그날의 눈물은 모두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5년 만의 항저우 결승 맞대결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세계선수권 3연패에 빛나는 선후배가 맞붙었다. '어펜져스'의 클래스를 항저우 피스트에서 증명했다. 3-3, 4-4…, 7-7까지 접전이 이어졌다. 1피리어드를 오상욱이 8-7, 단 1점 앞선 채 마무리했다. 광저우대회 이후 개인전 4연패 역사, 역대 최다 메달을 목표삼은 선배를 상대로 후배는 진검승부를 펼쳤다. 2피리어드 오상욱이 11-7로 점수를 벌리더니 14-7까지 앞서나갔다. 구본길 역시 마지막 한끗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이번은 오상욱의 승리였다. 선배 구본길의 허리를 베어낸 후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선후배의 뜨거운 포옹, 이번엔 오상욱이 금메달, 구본길이 은메달이었다. 오상욱이 미안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본길이형이 5년 전 왜 울었는지 알 것같다"고 했다. 구본길은 "4연패 기록을 놓쳤지만 상욱이가 첫 금메달을 따서 기쁘다"는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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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사브르 정상 오른 오상욱<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오상욱은 자타공인 펜싱코리아의 간판스타다. 만화 속에서 막 걸어나온 듯한 긴 팔다리, 또렷한 이목구비, 빼어난 외모에 2018~2019시즌, 2019~2020시즌 '세계랭킹 1위'를 찍을 만큼 독보적 실력을 지녔다. '만찢남' '꽃미남 펜서'라는 별명과 함께 스타덤에 올랐다. 세계선수권 개인전, 단체전,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등 펜싱의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오상욱이 품지 못한 두 개의 금메달(올림픽, 아시안게임 개인전) 중 하나를 이날 마침내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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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격돌<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보다 더 훈훈할순 없다" '펜싱 만찢남'오상욱X구본길,금빛 우정의 피…
출처=오상욱 SNS
오상욱에겐 유난히 힘겨운 시즌이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준비에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룸메이트이자 존경하는 선배 김정환(40)과 훈련 중 오른발목이 꺾이며 인대가 파열됐고 수술대에 올랐다. 선수 경력을 통틀어 가장 큰 부상이었다. 부상 복귀 직후 나선 지난 4월 서울그랑프리 개인전에서 우승하며 건재를 과시했지만 아시안게임 시즌 이른 복귀를 강행하며 슬럼프도 겪었다. 세계랭킹이 19위까지 곤두박질쳤다. 7월 밀라노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어펜져스'가 4연패를 놓치며 진한 좌절도 맛봤다. 아시안게임 최고의 경기력을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재활에 매진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그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지금"이라고 답했다. "너무 빠른 복귀로 인해 재활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는데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인 것같다"고 했다. 가장 힘겨운 순간, 선물처럼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이 찾아왔다. 가장 좋아하지만 꼭 넘고 싶었던 선배 구본길을 넘어 '막내온탑'의 부활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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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길-오상욱, 뜨거운 인사<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잠시 서로를 겨눴던 칼은 다시 '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로 합쳐진다. 함께일 때 더욱 강한 '어펜져스'는 28일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인천, 자카르타에 이어 '2관왕 3연패'에 도전한다.
항저우=윤진만 기자, 전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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