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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흔들리고 있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이끌어주시던 선생님들의 권위가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선생님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인 아이들을 건강하게 성장시키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 선생님들이 땀과 열정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체육시간은 여전히 우리 아이들의 심장을 기대감으로 '콩닥콩닥' 뛰게 만든다. 친구들과 즐겁게 뛰면서 스승에 대한 존경과 친구에 대한 배려를 깨닫는 참교육의 현장. 우리들이 만들어야 한 진정한 학교체육, 우리들의 '심쿵 어게인 체육시간'이다.
스포츠조선이 교육부, 한국체육진흥회와 함께 우리의 미래를 건강하게 키워내고 있는 체육 교육 현장을 찾아 나섰다. 선생님의 열정, 아이들의 관심과 참여, 그 빛나는 에너지가 함께 만드는 학교체육 교육의 '롤모델'이다. 건강하고 활기찬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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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특별자치시 연서면, 농촌마을에 자리 잡은 연서중학교는 전교생이 겨우 121명에 불과한 '작은' 시골중학교다. 그러나 연서중은 '작은 거인'이라고 부를 만 하다. 전국적으로도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교기'로 내세우고 있는 레슬링부다.
현재 여학생 5명과 남학생 8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 연서중 레슬링부는 작은 학교의 운동부지만, 누구도 무시 못 할 실력을 갖고 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꾸준히 전국소년체육대회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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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뛰어난 실력을 지닌 연서중 레슬링부에는 또 다른 자랑거리가 있다. 바로 일반학생과 학생 선수가 서로 한마음 한뜻이 되어 서로를 이해하면서 행복한 학교생활을 함께 만들어가는 '융합형 학교 운동부'의 모범적인 모델이라는 점이다.
'작은 학교'라는 특성을 오히려 긍정적인 발전의 계기로 만든 이정 선생님의 노력이 만든 주목할 만한 성과다. 이런 노력은 '2023년 학교체육교육 공모전' 학교운동부운영 및 교원역량강화 부문에서 중등부 대상(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의 커다란 결실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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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 선생님은 "초임교사 때 다른 학교에서 씨름부를 맡아 운영하면서 '지금 아이들에게 중요한 게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청소년 관련 문제가 나올 때마다 애꿎은 운동부 학생들에 대한 안 좋은 사회 인식들을 접하게 되며 그런 고민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운동하는 학생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이정 선생님은 연서중 레슬링부를 새롭게 운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 된 것은 아니었다. 부임 1, 2년차였던 2020년과 2021년에는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운동부 뿐만 아니라 학교 수업도 제대로 치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어려운 시기였다. 이정 선생님과 연서중 레슬링부도 힘든 시간을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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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 선생님이 본격적으로 레슬링부 운영방식을 바꾼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잦아든 2022년부터였다. 마침 새로 팀에 부임한 조동희 코치와 의기투합해 코로나19로 침체돼 있던 레슬링부 활동을 다시 활성화하기로 하면서 동시에 평소에 꿈꾸던 '다른 방식의 운동부 운영'을 시도하게 됐다.
이정 선생님은 "엘리트 선수들이라도 어디까지나 본분은 '학생'이기 때문에 대회 성적도 중요하지만,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통해 일반 학생들과 교류하고, 올바른 인성을 키우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조 코치님과도 이런 부분에 관해서는 의견이 일치했죠. 덕분에 여러 시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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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는 탁월했다. '밴드-레슬링'을 통해 처음 레슬링을 접한 1학년 학생 중에서 무려 6명이 레슬링부에 정식으로 합류해 엘리트 체육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또한 일반 학생들도 '급우'이자 '선후배' 레슬링부 학생들이 전국대회에 출전한 비디오 영상을 함께 시청하고 응원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혔다. 레슬링부 학생들 또한 이런 시간을 통해 '자긍심'을 키울 수 있었다.
동시에 운동부 학생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수업 참여를 위해 '수업 태도 확인서' 제도를 만들어 시행했다. 레슬링부 학생들이 수업에 최대한 집중하고, 일반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특별 장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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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정 선생님의 노력은 연서중 레슬링부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놨다. 레슬링이라는 종목의 매력에 새롭게 눈을 떠 레슬링부에 입문하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된 학생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3학년 유아린(15)-1학년 유아영(13) 자매다. 이들 자매는 모두 올해 '밴드-레슬링'을 통해 레슬링의 세계에 접어들게 됐다. 언니인 유아린 학생은 "지난 여름 첫 대회를 치렀는데, 성적은 1등이었지만, '망가졌다'고 생각될 정도로 잘 못했어요. 하지만 선생님께서 '그래도 괜찮아'라고 위로해주셔서 힘이 났어요. 나중에 저도 학생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좋은 체육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지금 레슬링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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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