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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이번 대회 준비하면서 정말 힘들었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방에서 울기도 했는데 이제야 푹 잘 수 있을 것같아요."
2015년부터 플뢰레에서 사브르로 종목이 바뀐 SKT그랑프리에서 남자 사브르의 경우 2017년 김정환, 2019년, 2023년 오상욱이 금메달을 따낸 적이 있지만 여자 사브르는 금메달이 없었다. 2016년 서지연, 2019년 김지연의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전하영이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명의 한국선수가 함께 포디움에 오른 것도, 나란히 결승에 진출한 것도 처음. 전하영-김정미가 사상 첫 동반 결승행 역사를 썼다. 이국현 코치가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사브르 대표팀이 봄날, 안방 피스트에서 위대한 새 역사를 썼다.
우승 후 만난 전하영은 그제서야 마음을 털어놨다. 전하영은 대전 송촌고 출신'펜싱황제' 오상욱(29·대전시청·세계 1위)의 직속후배로 파리올림픽 직후 올시즌 오를레앙그랑프리, 알제리월드컵에서 개인전 우승컵을 잇달아 들어올렸다. 세계 2위로 나서는 안방 대회, 톱랭커의 부담감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64강 대진부터 '2016년 준우승자'인 베테랑 선배 서지연과 맞붙는 대진, 초반부터 한솥밥 선수끼리 붙게된 잔인한 대진에 "눈물을 훔쳤다"고 털어놨다. "아무튼 잘 마무리해서 너무너무 기쁘다"며 생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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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솥밥 맞대결인 만큼 세컨드에서 코치의 지시 없이 오롯이 나만의 펜싱으로 승부해야 하는 상황. 전하영은 "저도 이 대회 금메달을 따면 최초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첫 역사를 이루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코치 지시에 많이 의지하는 편인 데 둘다 코치 없이 경기하다 보니 그 부담감을 이겨내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정미언니가 오늘 몸이 너무 좋았다. 초반에 갈피를 못잡겠더라. 몸도 너무 힘들고 그냥 포기를 할까, 꽉 잡고 뛸까,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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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서 첫 애국가를 울린 소감도 빼놓지 않았다. 전하영은 "오늘 남자 사브르가 메달을 같이 못따서 좀 아쉽지만 저희라도 이렇게 애국가를 울리게 돼 너무 기쁘다"면서 "너무 마음 힘들게 대회 준비를 해서 우승하면 눈물이 좀 날 줄 알았는데 애국가가 울리는데 그냥 기쁘더라. 눈물은 안났다"며 웃었다.
이번 대회 전하영의 경기력은 압도적이었다. 펜싱인들은 "체력도 기술도 물이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여자 오상욱'이라는 별명으로 시작했던 전하영이 '펜싱황제' 오상욱처럼 주니어챔피언에 이어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를 날도 꿈꿔볼 수 있게 됐다. 안방 그랑프리 우승으로 '세계 랭킹 1위'를 바라보게 된 전하영에게 다음 목표를 물었다. "올해 제가 이렇게까지 잘할 줄 모르고 파리올림픽 끝나고 이번 시즌 준비할 때 오를레앙그랑프리를 잘하고 싶다고만 생각했는데 오를레앙그랑프리 우승에 이어 SKT그랑프리까지 우승했다. 목표를 다 이루게 됐으니 이제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에서도 금메달에 도전해보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하영이 어떤 선수'인지 말해달라는 요청에 씩씩하게 답했다. "저는 우승하는 선수입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