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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으로 구성된 규칙연구그룹 위원 가운데 유일한 아시아인이 바로 이석(40) 한국핸드볼연맹 심판본부 차장이다.
이석 차장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IHF 국제심판으로 활동하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포청천'을 맡았다. 세계선수권에도 남녀 대회를 합쳐 9번이나 코트에 선 베테랑 심판 출신이다.
규칙연구그룹은 전 세계에서 핸드볼 규칙에 가장 정통한 8명으로 구성되며 핸드볼이라는 종목 자체가 유럽을 본고장으로 하기 때문에 비유럽인이 위원으로 선임되기는 쉽지 않다.
현재 8명 중 비유럽인은 이석 차장과 아르헨티나 출신 위원 단 2명이다.
이석 차장은 지난해부터 IHF 심판 강사, 심판 평가관, 경기 감독관, 기술 임원 등을 겸직하고 있으며 아시아핸드볼연맹에서도 전문위원회와 심판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국제적인 핸드볼 심판 및 규정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이석 차장은 2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대학교(서울대 체육교육과) 입학 때 핸드볼과 처음 인연을 맺어 학교에서 핸드볼부 활동을 했다"며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 우리나라가 (편파 판정 등의 이유로) 많은 점수 차로 지는 모습을 보고 국제 심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2007년 국내 심판이 된 이석 차장은 2011년 아시아 대륙심판을 거쳐 2012년 국제 심판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차장은 "원래 대륙심판에서 국제심판까지 1년 반에서 2년 정도 걸리는데 저는 그런 일반적인 경우보다 1년 정도 빠르게 국제심판이 됐다"며 "당시 IHF 심판위원장이 독일 분이셨는데, 그분이 한국 핸드볼을 좋아하셨고 한국처럼 핸드볼 강국에서 국제 심판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셔서 혜택을 본 부분도 있다"고 회상했다.
'유럽 스포츠'인 핸드볼에서 비유럽인 국제심판으로 불리한 점도 있지만, 또 반대로 흔치 않은 아시아 출신, 특히 핸드볼 강국인 한국 국제 심판이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때도 있었다는 것이다.
구본옥 심판과 함께 2인 1조 국제 심판으로 활약한 이석 차장은 2016년 리우 올림픽 여자부 준결승,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부 결승 등 주요 경기에서 휘슬을 불었다.
지난해까지 국제 심판으로 활약한 이석 차장은 이후 심판 및 규칙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IHF에서 국제 심판들을 교육 및 평가하고 규정 개정 관련해서도 워킹그룹 유일한 아시아인으로 일하고 있다.
국내에서 '엘리트 선수 출신이 아닌데, 무슨 심판을 보느냐'라는 시기 어린 질투를 받기도 했지만, 철저하게 준비하고 규정에 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에 IHF가 인정하는 최고 전문가가 된 셈이다.
이 차장은 "아시아 출신 심판 양성과 아시아 국가에 도움이 될만한 규칙 개정 등에 앞으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화려한 국제심판 이력을 쌓은 이 차장이지만 정작 "심판으로 활약할 때를 돌아보면 여자부에 비해 남자부에서는 비중 있는 경기에 많이 기용되지 못했다"며 "유럽 스포츠이다 보니 경기력에서 자기들이 앞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시아권 심판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풍조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돌아봤다.
유럽 남자부 메인 이벤트에도 심판으로 들어갈 수 있는 아시아 출신 심판을 양성하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력에 도움이 되는 규칙 개정도 필요하다는 것이 이 차장의 생각이다.
이 차장은 "그동안 유럽 국가 위주로 규정이 바뀌어 왔는데 스텝 관련 규정에서는 아시아 국가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개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H리그를 포함한 국내 무대에 최신 경기 규칙이나 국제 무대의 판정 경향성을 정확히 안내함으로써 국제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며 "그동안 대한핸드볼협회와 한국핸드볼연맹 등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올 수 없었기 때문에 한국 핸드볼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mailid@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