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아침,장애인 탁구 울린 초황당 사건 "대기업 장애인스포츠단 창단!"→"창단식 당일 취소 메일" ...하루아침에 갈곳 잃은 선수들 "9일 대책회의"[단독]

최종수정 2026-01-08 20:13

새해아침,장애인 탁구 울린 초황당 사건 "대기업 장애인스포츠단 창단!"→…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대기업 실업팀 창단을 열망하는 장애인 탁구인들을 울린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5일, 박호석 대한장애인탁구협회장과 장애인 탁구 관계자들은 A대기업에서 장애인 스포츠 탁구단을 창단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서울행을 준비했다가 KTX에 오르기 직전 '창단식이 취소됐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같은 시각 A기업과 계약한 선수, 지도자들에게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박 회장은 "A기업 장애인스포츠단 창단 소식을 듣고 선수들을 축하해주러 가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취소됐다고 해 너무 황당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4월부터 시군구 장애인탁구협회 사무국장 출신 B씨는 A기업의 팀장이 됐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장애인탁구 대회 현장의 선수, 지도자들을 만났다. 피해 선수들의 주장에 따르면 B씨는 "A기업이 장애인탁구단을 창단하고 최고의 조건, 최고의 환경에서 훈련을 지원한다"며 계약을 제안했다. "강서구 88체육관을 탁구 훈련장으로 쓰고, A그룹 계열의 리조트에서 워크숍을 한다며 '배리어 프리'한 시설 사진을 찍어보내기까지 했다"는 것. 안정적인 직장,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대기업 실업팀 입단은 모든 장애인 선수들의 로망이자 숙원이다. B씨는 선수들의 가장 절실한 부분을 건드렸고, 대회 현장에 'A기업 스포츠단'의 응원 메시지가 새겨진 커피차도 후원하며 선수들의 믿음을 샀다.

지난해 연말 선수 15명, 지도자 3명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거나 재계약을 하지 않고 A스포츠단 계약서에 사인, 입단을 결정했다. 그러나 창단식 당일 아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도착했다. '장애인스포츠단 창단 보류 안내문' 메일을 통해 B팀장은 '장애인 스포츠단 창단을 잠시 보류하고자 한다. 다목적 체육센터 건립이 취소되고 지원이 대폭 축소됨으로 인하여 사업성 목적이 많이 떨어진다는 주주님들의 의견을 들어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는데 보류됨으로 인해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전한다. 회의를 거쳐 운영안을 다시 공지하여 드리겠다'고 밝혔다. 그제서야 A스포츠단 창단이 사실이 아님을 인지한 선수, 지도자들은 망연자실했다. 이미 소속팀,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제출한 상황, 새해 대기업 실업팀에서 새 출발의 희망에 부풀었던 선수들이 하루 아침에 갈 곳을 잃었다. A기업 역시 "장애인 스포츠단 창단 계획이 전혀 없었다. B팀장이라는 해당 직원도 전혀 알지 못한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선수는 "체육단체 사무국장도 한 분이고 아내분도 탁구선수였기 때문에 추호도 의심을 하지 않았다. PT를 하면서 회사 시설도 보여줬고 설명회를 통해 최고의 대우를 약속했다. A기업 스포츠단 대표 이름이 새겨진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연말에 다니던 직장에 새로 창단한 대기업 팀에 더 좋은 조건으로 간다고 양해를 구했는데 부끄럽기도 하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라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선수·지도자, 행정직을 통틀어 피해자는 20명 내외로 추산된다. 무엇보다 소속팀과 좋은 대우가 절실한 '가장 약한 고리' 장애인 탁구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건이라는 면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어렵게 통화 연결된 B씨는 "내가 꾸민 일"이라며 사건을 순순히 털어놨다. 하필 A그룹 스포츠단을 사칭한 데 대해 "나는 A기업 관련 직원이 아니다. A기업 관련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다가 실수로 엮은 것이다. 죄송하다. 저로 인해서 많은 분들이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 잘못한 부분을 인정한다.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분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죄도 했다"고 했다. "'내가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다'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중간에 멈췄어야 하는데 일이 커지다 보니까… 1월 2일 전부 모였을 때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겁이 나서 도저히 못했다"고 후회했다.

한편 피해자들은 9일 오후 1시 한자리에 모여 향후 B씨에 대한 고소 등 대책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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