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서 그만두자고 했어요" '골절 부상' 유승은, 딸의 투혼 지켜봤던 엄마의 마음..."도움 없었다면 포기했을 것"[밀라노 스토리]

기사입력 2026-02-21 09:00


"울면서 그만두자고 했어요" '골절 부상' 유승은, 딸의 투혼 지켜봤던 …
밀라노(이탈리아)=이현석 기자

"울면서 그만두자고 했어요" '골절 부상' 유승은, 딸의 투혼 지켜봤던 …
20일 이탈리아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스노보드 빅에어 동메달리스트 유승은 기자회견이 열렸다.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유승은. 밀라노(이탈리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2.20/

[밀라노(이탈리아)=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말릴 수밖에 없었던 부모의 마음. 주변의 도움과 함께 힘든 시간을 이겨낸 딸이 누구보다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떡잎부터 남달랐다. 유승은은 어린 시절 부모님의 권유로 여러 가지 방과후 활동에 참여했다. 탁구부터 수영, 서핑 그리고 스노보드까지. 어떤 운동을 하든 중간 이상을 해냈다. 체격 조건이 뛰어난 편이 아니었음에도 두각을 나타냈다. 유승은의 어머니인 이희정씨는 "탁구만 시키지 않고, 수영, 바둑 등 공부만 안 시켰다. 공부 학원은 다닌 적이 없었다"며 "운동은 뭘 하든 중위권 이상이었다. 또래에 비해 작았는데, 작은 애 치고 잘했다. 그중 본인이 스노보드를 택했다"고 했다.

남들과는 조금 달랐다. 최근 활약 중인 어린 선수들이 초등학교에도 입학하기 전부터 스노보드를 경험했던 것들과 달리, 유승은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스노보드를 경험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스키장으로 향했다. 이희정씨는 "승은이를 처음 스노보드 가르쳤던 것도 아빠였다"고 했다. 재능은 충분했다. 스노보드 캠프 선수반에 참가하며 재능을 뽐냈다.


"울면서 그만두자고 했어요" '골절 부상' 유승은, 딸의 투혼 지켜봤던 …
20일 이탈리아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스노보드 빅에어 동메달리스트 유승은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는 유승은. 밀라노(이탈리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2.20/
스스로 택한 스노보드, 재능이 있었지만 시련도 찾아왔다. 2024년 10월 스위스 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FIS) 월드컵 데뷔전, '예선 1위' 유승은은 결선서 오른쪽 발목을 크게 다쳤다. 처음 큰 무대에 나섰기에 멘탈이 흔들렸다. 복사 골절은 일부, 발목 인대가 끊어지고, 뼈도 다쳤다. 수술이 불가피했다. 이희정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오른쪽 발 인대가 다 터졌다. 뼈도 부러져서 수술 시간이 굉장히 길었다"며 "그때 내가 울면서 그냥 그만두자고 했다. 처음으로 그만두자고 했다. 올림픽이 얼마 안 남은 시점이었기에, 올림픽까지는 해보자고 했엇다. 발목이 딱 부러지고 나니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울면서 그만하자고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유승은은 포기가 없었다. 그만두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어렵게 눈밭 위로 돌아왔지만, 부상 악령은 떠나지 않았다. 2025년 11월 설상 훈련에 복귀하자마자 다시 손목이 부러졌다. 유승은의 마음 마저 꺾였던 순간이었다. 양재우 원장의 수술 끝에 겨우 올림픽 직전 스노보드를 다시 신을 수 있었다. 이희정씨는 "손목이 부러졌을 때는 승은이도 그만하고 싶다고 했다. 다 포기했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대회 나갈 수 있게 해줄테니 걱정말라고 했다. 수술하고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따면서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고 했다.


"울면서 그만두자고 했어요" '골절 부상' 유승은, 딸의 투혼 지켜봤던 …
18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보드 여자 슬로프스타일 경기. 한국 대표 유승은이 슬로프스타일 1차 공중연기를 펼치고 있다. 리비뇨(이탈리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2.18/
오랜 기간 동안의 재활, 올림픽을 제대로 준비할 시간도 부족했다. 이희정씨는 "훈련을 거의 하지 못했으니까 항상 걱정스러웠다. 뼈도 다 안 붙었다.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재능은 숨길 수 없었다. 2025년 12월 미국 콜로라도주 스팀보트 스프링스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2위에 올라 한국 빅에어 처음으로 월드컵 메달을 목에 걸었다. 복사뼈 골절, 팔꿈치 탈골, 손목 골절, 연이은 부상 속에서도 피어났다.

올림픽 무대에서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유승은은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1, 2차 시기 합산 171.00점으로 무라세 고코모(일본·179점), 조이 사도스키 시넛(뉴질랜드·172.25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동메달을 목에 걸며 스노보드 프리스타일에서 한국 최초의 올림픽 메달 역사를 썼다. 부상 위험에도 자신감 있게 자신의 비장의 기술을 펼쳤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년의 울분을 털어낸 순간이었다. 감격스러움에 보드를 높이 던졌다. 이희정씨는 "지난 1년을 너무 힘들어했다. 생각하기 싫을 만큼 힘들어 했다. 그래도 좋은 결과가 있었다. 스스로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보드를 던진 것도 그런 이유였다"고 했다.

모든 시련을 이겨낸 딸이 자랑스러웠다. 이희정씨는 모든 걸 극복해내 딸이 자랑스럽냐는 물음에 "맞다"며 "주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못했을 거다. 분명히 포기했을 것이다"고 했다.


밀라노(이탈리아)=이현석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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