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티나(이탈리아)=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대한민국 휠체어컬링 최강 듀오' 이용석-백혜진조(이상 경기도 장애인체육회)가 천신만고 끝에 믹스더블 첫 4강행에 성공했다.
'팀 200' 이용석-백혜진조는 9일(한국시각) 코르티나 컬링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 휠체어컬링 믹스더블 예선 최종 7차전에서 에스토니아 아인 윌라우-카틀린 리데바흐조에 10대0으로 대승했다. 이번 대회 첫 도입된 휠체어컬링 믹스더블 종목에서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으며 2010년 밴쿠버 패럴림픽 은메달 이후 16년 만의 포디움에 한걸음 바짝 다가섰다. '밴쿠버 은메달 레전드' 박길우 감독이 애제자들의 활약에 양손 엄지를 치켜들며 흡족함을 표했다. '청출어람' 제자들이 새 역사를 써줄 것을 확신했다. "우리는 금메달만 생각한다"고 했다.
밴쿠버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사상 첫 은메달. 왼쪽 끝이 박길우 감독, 사진=연합뉴스
'2010년 밴쿠버 대회 은메달리스트' 박길우 휠체어컬링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이 백혜진, 이용석의 훌륭한 플레이에 흡족한 듯 쌍엄지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8개국이 라운드 로빈 방식 예선전을 치른 후 4강 토너먼트로 이어지는 방식, 중국이 압도적 6연승으로 일찌감치 4강행을 확정 지은 가운데 단 1경기를 남겨두고 영국, 일본, 한국, 라트비아, 미국 등 5개국이 '3승3패' 동률을 이루는, '1강 5중 2약'의 상황이 연출됐다. 이용석-백혜진조는 첫 경기 홈팀 이탈리아에 5대7로 패한 후 미국(14대3승), 일본(9대0승)으로 연승했다. 중국에 6대10으로 패한 후 미국에 10대1로 대승했고, '복병' 라트비아에 4대5로 분패하며 3승3패, 마지막 최종전까지 몰렸다. 최종전에서 무조건 승리해야만 하는 상황, 포디움을 목표로 4년을 기다려온 이들이 절체절명의 최종전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1엔드 '빨간 스톤' 한국의 후공으로 시작했다. 이용석의 마지막 투구가 가드와 부딪치며 미스를 했지만 에스토니아 역시 실수를 범했다. 1-2번 스톤을 확보한 상황, 백혜진의 원샷원킬 드로샷이 버튼 위로 올라갔다. 3점, 대량득점에 성공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2엔드 에스토니아의 후공, 세 번째 투구 이용석의 드로샷이 예술이었다. 하우스 안 버튼 위에 정확하게 올라붙었다. 이 버튼을 끝까지 지켜내며 1점을 스틸했다. 4-0. 이용석의 드로샷 성공률은 75%, 윌라우의 성공률은 0%였다. 3엔드에서도 또다시 1득점하며 5-0으로 달아났다. 4엔드에도 샷 감각이 절정이었다. 또 1점을 추가하며 6-0으로 앞서갔다.
5엔드 에스토니아의 후공, 샷 난조가 이어졌다. 반면 백혜진의 마지막 투구는 더할 나위없이 정확했다. 빨간 스톤을 밀어쳐서 버튼 가까이로 붙이며 1-2번 스톤을 모두 확보했다. 샷 성공률 84%. 에스토니아 윌라우의 마지막 샷이 완전히 빗나가며 오히려 '팀200'을 도와주는 결과가 됐다. 3점 스틸에 성공하며 9-0까지 달아났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6엔드 1점을 추가하며 10대0, 에스토니아가 악수를 청하며 패배를 인정했다. 4승3패, 중국, 미국에 이어 3위로 4강행을 확정 지었다. 백혜진이 77%, 이용석이 74%의 샷 성공률을 기록했다. 다음 상대는 이날 강호 중국을 8대7로 잡은 2위 미국이다. 1위 중국은 이날 일본을 10대4로 꺾은 4위 라트비아와 결승행을 다툰다. 휠체어컬링 믹스더블은 8개 팀이 출전해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총 7경기의 예선을 치른 뒤 상위 4개 팀이 준결승에 진출한다. 예선 1위와 4위, 2위와 3위가 각각 준결승에서 결승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한국은 10일 오후 10시 35분 펼쳐질 4강전에서 미국과 결승행을 놓고 한판 승부를 펼친다. 예선에서 6엔드 만에 10대1 승리를 거둔 만큼 자신감 있게 맞설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체육에 진심인 CEO 윤경선 대한장애인컬링협회장도 이날 코르티나 현장에 도착했다. 패럴림픽 선수단장으로 나선 4년 전, 베이징서 메달을 놓친 후 "4년 후엔 반드시 금메달을 따고야 만다"는 의지로 리그전 도입, 강릉 믹스더블 컬링세계선수권 개최 등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을 이어온 수장의 염원에 선수들이 4강행으로 응답했다.
2010년 밴쿠버 대회 은메달 이후 16년 만의 메달이 눈앞에 다가왔다. 베이징 대회 휠체어컬링 4인조 국가대표로 출전해 6위를 기록했던 백혜진은 "베이징 대회 때 4강 진출에 실패해 굉장히 아쉬웠던 부분이 있어서 이번엔 꼭 메달을 가지고 가고 싶었는데, 이제 그것이 눈앞에 가까이 와 있다고 생각한다"며 "누구를 만나든 우리 색깔대로 하는 게 목표다. 매 경기를 결승전이라 생각하고 이 한경기에만 집중해서 결승에 올라가겠다"는 결의를 전했다. '해병대 972기' 출신, 지난해 첫 태극마크를 달고 패럴림픽의 꿈까지 이룬 이용석은 "국대도 패럴림픽도 처음이라 긴장감이 있는데 혜진누나가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주고 있다. 누나 믿고 잘해보겠다"며 미소지었다.
패럴림픽 국가대표 확정 후 "200%의 샷으로 휠체어컬링 믹스더블 금메달 1호가 되겠다"고 했던 '팀 200'이다. 7경기에서 4승3패, 대승과 석패를 오가며 이들의 팀워크는 더욱 끈끈하고 단단해졌다. 이날 매 엔드 점수를 낸 비결을 묻자 누나 백혜진은 "이용석 선수가 잘해준 덕분이다. 난 라인만 잡았다. 용석이가 척척 했다" 동생 이용석은 "누나가 버튼에 잘 꽂아줘서 나는 보조만 잘하면 됐다"며 서로에게 공을 돌렸다. 백혜진이 필승 전략으로 "저희만의 작전과 (이)용석이만의 라인!"을 꼽자 이용석이 "혜진누나의 한방!"이라고 화답했다. "우리만의 색깔, 우리만의 팀워크를 보여주겠다"고 입을 모았다. 코르티나(이탈리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