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많은 것이 바뀔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래도 은근히 승리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22일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2대3으로 졌다. 경기 후 그는 "우리선수들이 열심히 해준 것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아쉬움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17년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한 신영철 KEPCO 감독의 공식 경기 첫 소감이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신 감독은 3개월전을 떠올렸다. 그래도 그 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4월 신 감독은 눈앞이 캄캄했다. KEPCO는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했다. 선수들의 정신 상태가 문제였다. 자신감이 없었다. 훈련은 물론이고 생활에서도 눈치 보기 바빴다. 한편으로는 이해도 됐다. KEPCO는 지난 시즌 2승28패에 그쳤다. 25연패라는 충격적인 기록도 남겼다. 선수들은 모두 패배주의에 푹 빠져있었다.
신 감독은 '힐링'에 나서기로 했다. 2가지 칼을 빼들었다. 첫번째는 규율이었다. 선수들과의 4월 11일 첫 미팅에서 4가지만 지켜달라고 말했다. 열정과 신뢰, 책임감과 역지사지의 정신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배구의 대한 열정을 채우자고 했다. 선수들끼리 그리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서로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책임질 부분을 100% 완수하자고 강조했다. 잘 안될 때에는 역지사지(易地思之·상대편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라)의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자고 말했다. 훈련과 생활 면에서 이 4가지만 지킨다면 승리는 따라온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격려였다. KEPCO는 선수 구성이 좋지 않다. 2011~2012시즌 터진 승부조작의 여파가 컸다. 주전 세터였던 김상기와 주포 박준범, 임시형 등이 영구제명당했다. 남아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수련 선수급이었다. 주포 서재덕과 하경민, 방신봉 등을 제외하고는 쓸만한 선수가 없다. 이런 선수들을 꾸짖기보다 잘하는 부분을 키워주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훈련 중 신 감독은 호통보다는 칭찬과 격려를 더 많이 했다. 신 감독은 "C급 선수가 하루 아침에 A급으로 될 수는 없다. 그래도 가능성은 크다. 그들의 숨어있는 기량을 끄집어내는 데 칭찬과 격려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규율과 격려의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선수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훈련 중에도 거침이 없었다. 마음껏 플레이를 펼쳐나갔다. 연습경기에서도 손이 맞아들어갔다. 물론 고칠 점은 많다. 하지만 어깨를 펴고 플레이를 한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었다. 지난해라면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선수들이 패배의식에서 어느 정도 빠져나왔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첫 경기에서 아쉽게 졌던 신 감독은 24일 저녁 LIG손해보험과의 경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카드전보다는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신 감독은 "첫 경기여서 그런지 선수들이 긴장했다.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 더욱 재미있는 경기를 할 것"이라고 했다. 겨울 열리는 V-리그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신 감독은 "3개월간 패배의식을 털어내는데 집중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사라졌다. 현재 내가 구상하고 있는 경기력의 30% 정도를 보여주고 있다. V-리그가 열리기 전까지 남은 기간동안 열심히 훈련한다면 'KEPCO가 달라졌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