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배구특별시' 천안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V리그 전설' 레오를 앞세운 현대캐피탈이 우리카드를 잡고 선두 추격에 박차를 가했다.
현대캐피탈은 2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시즌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우리카드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1(25-19, 25-16, 21-25, 29-27)로 승리했다.
3세트를 내주며 흔들렸고, 경기 도중 레오와 우리카드 알리의 감정다툼이 사령탑을 포함한 선수단 전체로 번지며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승점 3점을 향한 갈망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고비 때마다 내리꽂히는 레오(27득점) 허수봉(16득점) 신호진(11득점)의 고공 강타는 우리카드의 사기를 번번이 꺾어놓았다.
이날 승리로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에 이어 리그 두번째로 10승(6패) 고지에 올라섰다. 승점 32점으로 1위 대한항공(승점 37점)을 5점 차이로 추격했다. 3위 KB손해보험(승점 28점)과의 차이도 3점으로 벌렸다.
반면 우리카드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서브, 리시브, 세트, 블로킹, 범실 등 무엇 하나 상대보다 나은 부분이 없었다. 알리가 분투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지만, 아라우조의 부진 속 혼자 힘으론 역부족이었다.
순위싸움이 치열하다곤 하지만, 우리카드는 이날 패배로 승점 19점(6승11패)로 6위에 그대로 머물렀다. 5위 OK저축은행(승점 23점)과의 차이는 여전히 4점. 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과 호흡을 이야기하기엔, 이제 전반기도 1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사진제공=KOVO
경기전 만난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복귀 후 2경기를 치른 황승빈의 활약에 미소를 띄웠다. 황승빈은 지난 10월 29일 수비 과정에서 팀동료 레오와 충돌, 어깨 부상을 당해 이탈했다. 이후 그가 지난 16일 대한항공전에 돌아오기까지 꼬박 7주가 걸렸다. 현대캐피탈은 이준협으로 공백을 메우는 한편, 최대한 회복에 신중을 기했다.
블랑 감독은 "황승빈이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정말 행복하다. 작지 않은 부상이었다. 복귀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앞으로 더 잘할 선수이니 기대가 크다.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반면 마우리시오 파에스 우리카드 감독은 답답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비슷한 흐름으로 질 수 없는 경기를 진다. 다시 해선 안되는 실수가 또 나온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경기에서 양팀의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현대캐피탈이 황승빈의 안정된 볼배급과 삼각편대의 가벼운 몸놀림을 앞세워 앞서간 반면, 우리카드는 범실을 쏟아내며 흔들렸다. 우리카드의 3세트 이후 반격은 힘이 모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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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트까진 현대캐피탈의 일방적인 셧아웃 분위기였다. 현대캐피탈은 1~2세트 팀 전체 공격 성공률이 74.4%를 기록할 만큼 압도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1세트를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레오가 7득점을 따내며 팀 공격을 주도했고, 우리카드는 9개의 범실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2세트는 한층 더 일방적이었다. 현대캐피탈은 레오 허수봉 신호진이 신바람나게 잇따라 연속 득점을 따냈다. 23-16에서 터진 이시우의 연속 서브에이스는 천안 홈팬들을 위한 축포 같았다.
우리카드는 3세트를 따내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부진하던 아라우조가 힘을 내며 알리와 쌍포를 이루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현대캐피탈도 잔실수가 많았다.
사진제공=KOVO
4세트는 이날 가장 치열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어느덧 불꽃 같은 앙숙관계를 이룬 현대캐피탈 레오-우리카드 알리 간의 감정 다툼도 또다시 벌어졌다. 서로의 비디오판독이 오가는 와중 주고받은 말이 불씨가 된듯 했다. 레오와 알리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예민하게 대치하기도 했다. 여기에 양팀의 다른 선수들, 사령탑까지 휘말려 감정적인 몸짓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이 터닝포인트가 된 걸까. 우리카드는 13-16에서 알리 아라우조 조근호 김지한이 번갈아 득점을 따내며 19-16 뒤집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흐름을 다잡은 현대캐피탈은 맹추격에 성공, 24-24 듀스에 돌입했다.
치열하게 이어지던 듀스를 끝낸 선수는 허수봉이었다. 허수봉은 27-27에서 오픈 공격을 성공시킨데 이어 우리카드 알리의 스파이크를 제대로 가로막으며 유관순체육관을 환호로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