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경기, 현대캐피탈 허수봉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2.22/
[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라이벌전에서 굴욕적인 완패를 당했다. 팀만이 아니다. 리그 최고 공격수 대결도 셧아웃이었다.
현대캐피탈은 2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시즌 V리그 6라운드 대한항공전에서 세트스코어 0대3으로 완패했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경기였다. 매세트 테크니컬 타임아웃(8점, 16점)에 대한항공이 선착했다, 2세트에는 8연속 득점을 따내며 한때 10점 차이를 벌리기도 했다. 자타공인 남자배구 2강, 올시즌 챔피언결정전 격돌이 유력한 라이벌간의 경기라고 보기 어려운 일방적인 승부가 펼쳐졌다.
경기 후 만난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점수를 받을 때, 그동안 숙제를 잘했는지, 준비를 잘해왔는지 체크하지 않나. 오늘은 그렇지 못한 경기였다. 우리 선수들이 준비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서브나 블로킹 등 여러 지표가 크게 떨어졌다"며 아쉬워했다. 바로 8일전, 5라운드 맞대결에선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따냈었는데, 이날 패배로 승점 1점 차이로 선두 자리마저 내줬다.
2세트 8연속 실점 장면에 대해 블랑 감독은 "리시브 라인을 관장하는 박경민이 좀더 리더십을 갖고 세밀하게 조정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박경민 만의 문제는 아니고, 마치 시즌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리시브가 다시 불안해진 원인을 찾고, 오늘의 좋지 못한 경험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놓겠다"고 다짐했다.
2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경기, 현대캐피탈 허수봉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2.22/
에이스간의 맞대결에서도 완패였다. 이날 대한항공 정지석은 17득점, 공격성공률 54.6%를 기록했다. 후위공격 3득점, 서브에이스 2개, 블로킹 3개를 곁들이며 트리플크라운에 가까운 대활약이었다. 특히 기록에 드러나지 않는 클러치 상황의 해결사다운 모습, 상대의 기를 꺾는 결정적인 블로킹이 돋보였다.
반면 허수봉은 올해 최악의 경기를 치렀다. 6득점과 성공률 26.3%는 올시즌 전체를 통틀어 허수봉 최악의 기록이다.
물론 이날 팀의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황승빈의 세트도 불안정했다. 그러다보니 완벽하게 받아서 때리는 장면이 많지 않았다.
블랑 감독 역시 "오늘 토스가 좋지 못했다. 황승빈이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너무 짧거나, 네트에 붙는 장면이 많았다"면서도 "그래도 허수봉은 충분히 그걸 처리할 능력이 있는 선수다. 허수봉이 좀더 스마트하게 처리해줬어야할 볼도 많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경기를 져서 아쉽다기보단, 이런 경기를 해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2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경기, 현대캐피탈 허수봉이 서브를 시도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2.22/
'히든카드' 이승준도 불발에 그쳤다. 이날 신호진이 서브에서 거듭 범실을 범하자 2세트 초중반부터 이승준이 투입됐다. 2018~2019시즌 3라운드 1순위라는 낮은 순위에 현대캐피탈에 입단했지만, 노력과 성장하는 모습을 인정받아 프로에서 살아남은 선수다.
올시즌 6경기째 출전이었고, 결과는 좋지 못했다. 연신 상대 블로킹 앞에 좌절했고, 범실도 2개(서브 1) 나왔다. 단 한개의 블로킹도 잡지 못했고, 수비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레오와 함께 뛰는 만큼 '리시빙 아포짓'의 모습을 보여줘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블랑 감독은 "언제든지 들어와서 자기 몫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오늘 경기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개인 전술에서도 범실이 나와 아쉽다"며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