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우리에겐 혼자 50득점을 올려줄 선수가 없다. 선수단 전원의 힘이 필요한 이유다."
경기 결과를 예감한 걸까. 요시하라 토모코 흥국생명 감독의 불안감은 현실이 됐다.
GS칼텍스는 2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시즌 V리그 6라운드 흥국생명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0(25-19, 25-17, 25-16)으로 셧아웃 완승을 거뒀다. 경기시간은 총 77분(1세트 27분, 2세트 26분, 3세트 24분)에 불과했다.
준플레이오프 성사 여부, 더 나아가 봄배구 경쟁의 중심에 선 두 팀이다. GS칼텍스는 이날 승리로 16승째(15패)를 올리며 승점 48점을 기록, IBK기업은행(승점 47점)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반면 패한 흥국생명(승점 53점)은 그대로 3위에 머물렀다.
중요한 것은 전날 기업은행, 이날 GS칼텍스가 나란히 승리함에 따라 두 팀과 흥국생명의 격차가 좁혀졌다는 점. 봄배구의 스포트라이트는 기본적으로 3팀이 차지한다. 하지만 3~4위 팀의 격차가 승점 3점 이내일 경우 4위팀이 참여하는 준플레이오프(1경기)가 추가된다. GS칼텍스나 기업은행 입장에선 6라운드에서 흥국생명을 상대로 기적 같은 뒤집기를 연출하는게 최선이지만,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더 위를 노릴 수도 있게 된다.
실바는 V리그 첫 시즌에 1005득점, 두번째 시즌에 1008득점을 올린데 이어 올해도 이날까지 974득점을 올리며 3년 연속 1000득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번번이 팀은 하위권을 맴돌아 아쉬움을 남겼지만, 올해야말로 데뷔 첫 봄배구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오세연. 사진제공=KOVO
실바(24득점)가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과시하며 팀 공격을 주도했고, 레이나(15득점)과 유서연(14득점)이 뒤를 받쳤다. 반면 흥국생명은 레베카(6득점)의 부진 속 베테랑 최은지(11득점)와 이다현(8득점 6블록)이 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반면 흥국생명은 지난 22일 정관장전에서 일격을 허용한 데 이어 이날까지 패하며 위기에 처했다. 올시즌 최대 고비다. GS칼텍스는 '절대 지존' 실바를 서포트하기 위한 수비 조직력이나 2단연결이 좋은 팀이다. 실바를 막거나, 수비진을 뚫어야한다. 흥국생명은 어느 쪽도 여의치 못했다. 요시하라 감독은 실바 쪽에 김수지 최은지 등 장신 선수들을 로테이션으로 붙였지만, 실바를 제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영택 GS칼텍스 감독. 사진제공=KOVO
이날 경기전 만난 이영택 GS칼텍스 감독은 예상치 못한 희소식을 전했다. 당초 2주전 페퍼저축은행전에서 전치 8주의 발목 인대파열 부상을 입고 시즌아웃이 유력했던 오세연이 이날 코트에 복귀한 것. 황무지 같았던 미들블로커진의 중심을 잡아주는 '자체 육성' 대들보다.
이영택 감독은 "회복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깁스를 풀었을 때 이미 붓기가 빠져있었고, 구단에서 좋은 외부 트레이너를 수소문했다. 작년 실바의 부상을 관리해준 분이 이번에도 도움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부임 후 첫 4연승에도 웃지 못했던 그의 얼굴이 확 펴졌다. 말 그대로 '천군만마'다.
요시하라 토모코 흥국생명 감독은 지난 정관장전에서 상대의 11연패 탈출의 제물이 된데 대해 "공격도, 리시브도 잘 안됐다. 원정경기다보니 분위기도 우리 편이 아니었다"고 했다.
요시하라 흥국생명 감독. 사진제공=KOVO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배구황제' 김연경이 은퇴했다. 이다현-피치 미들블로커 라인은 인상적이지만, 양쪽 날개에선 타 팀 대비 우위에 서는 선수가 없다. 흥국생명의 외국인 선수 레베카는 GS칼텍스 실바, 기업은행 빅토리아에 비해 압도적인 에이스의 존재감이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다.
요시하라 감독은 선수단을 폭넓게 활용하는 토털배구를 펼치며 '요시하라 매직'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금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다. 우리에겐 50득점 이상 해주는 선수가 없으니까,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KOVO
실바는 1세트 7득점, 2세트 10득점을 잇따라 몰아치며 팀 공격을 주도했다. GS칼텍스는 1세트 7-6에서 안혜진의 날카로운 서브와 실바의 결정력을 앞세워 11-6, 18-10으로 차이를 벌리며 첫 세트를 손쉽게 따냈다. 흥국생명은 뒤늦게 맹추격에 나섰지만, 승부를 뒤집진 못했다.
2세트에는 주장 유서연이 실바를 뒷받침하며 10-4까지 폭풍 리드를 주도했다. 또다시 18-10, 22-15로 앞서나간 끝에 2세트를 마무리지었다.
기세가 오른 GS칼텍스는 3세트 들어 레이나까지 살아나며 흥국생명을 압도했다. 흥국생명은 1~3세트 공히 20점에 못미치며 무기력하게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