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한항공 감독(48)은 지난해 삼성화재와의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대놓고 "우리는 우승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단다. 투지와 오기로 될 문제가 아니었다. 이단 토스와 수비력 등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대한항공이 삼성화재의 벽을 넘기에는 열세였던 것이다. 신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대한항공 선수들은 애를 썼지만, 챔프전에서 4전 전패로 무너졌다. 그러나 단념할 순 없었다. 어떡하든 삼성화재와 맞붙어도 쉽게 지지 않은 팀을 만들어야 했다. 아니, 이기는 팀을 만들어야 했다. 비시즌 신 감독은 이 부분을 보완하는데 주력했다. 무엇보다 삼성화재만을 대비한 묘책을 강구해야 했다. 두 가지였다. 첫째, 훈련부터 좋은 습관을 들여라.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 습관으로 정착시키라는 것이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실수를 범해도 크게 다그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리듬을 찾지 못했을 때는 큰 소리를 낸다. 둘째, 강한 서브를 넣어라. 수비와 이단 연결이 탄탄한 삼성화재를 상대로는 서브를 통해 리시브를 흔들지 못할 경우 승산이 없다는 것이 신 감독의 판단이었다. 그래서 아웃이 되도 좋으니 강한 서브를 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올시즌 1, 2라운드에서도 2%가 부족한 모습이었다. 풀세트 접전마다 집중력 부족으로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그러면서 리듬이 깨졌다. 삼성화재에게 독주를 내줬다. 승점차는 크게 벌어져 있었다. 일단 신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삼성화재는 번외로 놓고 2위 유지에 초점을 맞췄다. 올시즌 삼성화재에게는 2승4패만 생각했다. 이후 챔피언결정전에서 설욕하겠다고 별렀다.
임진년 새해, 신 감독은 목표했던 2승 중 1승을 달성했다. 삼성화재를 세트스코어 3대2(25-22, 19-25, 25-22, 21-25, 16-14)로 꺾었다. 주전 리베로 최부식이 다리 부상으로 빠졌지만, 특유의 조직력으로 삼성화재전 5연패를 끊어냈다. 5세트를 대비한 예측력도 돋보였다. 4세트 마틴과 한선수의 리듬이 맞지 않자 이들을 각각 김민우와 황동일로 교체해 체력을 안배시켰다.
특히 대한항공은 더이상 마틴에게 의존하는 팀이 아니었다. 개개인이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마틴이 짊어진 짐을 덜어주고 있었다. 역할 분배가 잘 되고 있다는 말이다. 삼성화재의 조직력에 버금가는 응집력이 생기고 있다. 이날도 마틴이 36득점을 기록했지만, 김학민(17득점) 진상헌(10득점) 등이 큰 도움을 줬다. 곽승석도 보이지 않는 수비로 팀 승리에 일조했다. 신 감독의 맞춤형 전략으로 점점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대항항공이다. 한편, 여자부 경기에선 인삼공사가 흥국생명을 3대1로 꺾고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대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2011~2012시즌 NH농협 V-리그 전적(1일)
대한항공(12승 6패) 3-2 삼성화재(16승 2패)
인삼공사(12승 3패) 3-1 흥국생명(8승 7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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