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상식이 끝나자 각종 매체들이 일제히 '나눠주기식' '공정성 시비'를 들며 시상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근 몇년간 꾸준히 나오는 이같은 문제 제기에도 방송사 시상식들은 늘 제자리 걸음을 하는 중이다. 왜 일까.
지난 12월 31일 방송한 'SBS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싸인'은 단 1개 부문에 상을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SBS측은 20%의 시청률을 넘기며 '대박'을 친 드라마 '싸인'의 정겨운에게 드라마 스페셜 부문 우수상 하나를 안겨줬을 뿐이다. '뿌리깊은 나무'가 6관왕을 차지하고 '천일의 약속' 수애가 불참했음에도 불구하고 2개 부문에 수상을 한 것을 보면 의아한 일일수도 있다.
뿐만 아니다. '나눠주기'식 시상도 여전했다. 시상 부문을 쪼개 최우수연기상 수상자만 8명에 달했다. KBS는 우수연기상에 10명의 수상자를 낳았고 MBC는 아예 시상식 이름을 '드라마 대상'으로 바꾸며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
이같이 매년 논란을 일으키면서도 폐해가 고쳐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연말 시상식에 공정성을 요구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의 연말 시상식은 예능과 드라마가 나뉘어 각 방송사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상파 통합 시상식도 아니다. 자사에서 만든 방송에 자사가 상을 주는 기형적인 제도다.
시청률이 낮은 드라마나 높은 드라마나 배우, 제작진이 고생을 하기는 매 한가지다. 게다가 방송사는 매년 드라마나 예능을 만들 것이고 배우들은 늘 필요하다. 이번 드라마가 실패했다고 다음 드라마에서 성공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한사람만 상을 줘서 다른 배우의 마음을 상하게 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제일 잘한 사람만 상을 주는 것이 더 손해일 수 있다.
게다가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거의 '나는 상을 안줘도 된다'는 암묵적인 동의다. 그런 배우에게 굳이 상을 안길 이유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하게 상을 주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한 연예 관계자는 "해마다 지적되지만 방송사는 시상식을 공정하게 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시상식의 권위보다는 배우 챙겨주기가 더 급한 것이 현실이다"라며 "차라리 지상파 통합 시상식을 추진하라는 것이 더 현실적인 조언이다"라고 귀띔했다.
방송사에 '공정해져라' '퍼주기 하지마라'라고 해봐야 허공에 외치는 메아리가 되는 이유는 그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청자들에게 남은 선택은 '시상식이 재미없으면 보지 말라'는 것 뿐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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