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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링 by 리베라, 박찬호표 커터 과연 통할까

by 김남형 기자
마리아노 리베라가 피처링해준 박찬호표 컷패스트볼은 한국에서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까. 지난 2010년 3월 뉴욕 양키스 시절의 박찬호가 훈련 도중 리베라와 함께 한국 취재진을 가리키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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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 '생존 무기'로 거론한 컷패스트볼은 어떤 구질일까. 또한 컷패스트볼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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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박찬호가 3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컷패스트볼에 자신감이 붙었다. 더 많이 연습해서 원하는 곳에 제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 컷패스트볼이 잘 구사된다면 체인지업이나 투심패스트볼의 위력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이로 마흔살이 된 투수다. 메이저리그 124승이란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모두 과거 일이다. 박찬호가 한국프로야구에서도 생존할 수 있을 지 현재로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오랜 해외 경력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가 새해 벽두부터 컷패스트볼을 언급했다. 컷패스트볼을 '생존 무기'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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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패스트볼의 특징

컷패스트볼은 줄여서 커터라고도 불린다. 2000년대 초반 용병 투수가 커터를 던질 때 코치들이 사투리를 섞어 "저게 바로 ?(컷)이야 ?!" 했다는 일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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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하면 직구와 슬라이더의 중간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무빙이 있는 포심패스트볼인 셈이다. 투심패스트볼도 무빙이 있다. 포심패스트볼은 투심패스트볼에 비해 변화의 각이 작지만 대신 더 빠르다.

흔히 우리가 직구라 부르는 포심패스트볼 그립과 비슷하게 공을 잡는다. 대신 약간 더 틀어쥐는 경향이 있으며 릴리스 때 중지로 공을 찍어눌러야 한다. 악력이 좋아야 수준급 커터를 던질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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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투수가 컷패스트볼을 던지면 홈플레이트 근처에 가서 왼손타자의 몸쪽으로 약간 꺾이며 떨어진다. 혹은 바로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투수마다 그립 습관이 약간씩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팔꿈치나 손목을 비틀지 않고 던지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낮다. 타자들은 직구인 줄 알고 배트를 내지만 공은 약간 꺾여 들어온다. 그러다보니 손잡이 근처에 맞아 배트가 부러지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타자들은 배트 손잡이 근처에 공이 맞아 그 여파를 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순간을 극도로 싫어한다. 고통이 크기 때문이다.

피처링 by 리베라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아지다보니 요즘은 '피처링'이란 말이 일상화됐다. 박찬호표 컷패스트볼은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투수 마리아노 리베라가 피처링한 작품이다.

미국에서 뛸 때, 박찬호는 주요 구질 두가지를 베테랑 투수들로부터 배웠다.

필라델피아 시절에는 제이미 모이어로부터 체인지업 그립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그전에도 던진 구질이지만 모이어로부터 섬세함을 터득했다고 볼 수 있다. 왼손타자의 바깥으로 흘러나가면서 종으로 떨어지는 구질이다.

대표적인 '타자 기만 구질'인 체인지업은 본래 직구를 던질 때와 같은 팔 스피드, 같은 릴리스포인트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그래야 타자들이 잘 속는데, 박찬호는 모이어에게 이같은 요령에 대해 조언을 받았다. 박찬호는 미국에서 뛴 2010시즌에 체인지업 구사비율이 14%, 평균 구속은 134㎞ 정도였다.

박찬호 본인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시절에 제이미 모이어와 라이언 매드슨에게 컷패스트볼을 던지는 요령을 약간 배우기도 했다. 그후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뒤 빅리그 최고 마무리투수인 마리아노 리베라로부터 본격적으로 커터 던지는 방법을 익혔다.

개인통산 603세이브로 빅리그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리베라는 포심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로 대표되는 투수다. 놀라운 건 그가 던지는 컷패스트볼 구속이 94~95마일(약 151~153㎞)에 달한다는 것이다. 보통의 투수들은 포심패스트볼조차 150㎞를 넘기 힘들다. 시속 150㎞를 넘는 공이 타자 앞에서 살짝 꺾이니 그 위력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 그의 커터 앞에서 수많은 배트가 부러져나갔다.

결국엔 구속이 중요하다

이처럼 컷패스트볼은 제대로 던질 경우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구질이다. 현역 시절 다양한 구질을 던져 '팔색조'로 불린 LG 조계현 수석코치는 "컷패스트볼은 잘 던지면 한국, 미국, 일본에서 모두 통하는 구질"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대전제가 필요하다. 제구력은 두말할 필요 없다.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포심패스트볼이 위력적이라야 한다. 직구 평균시속이 145㎞ 이상은 돼야 컷패스트볼도 위력을 갖는다. 타자들이 상대 투수의 직구에 공포감을 갖고 있어야, 커터에도 잘 속게 된다.

아울러 포심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의 구속 차이가 되도록 적어야 효과적이다. 대체로 5㎞ 이내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간단히 말하면 포심패스트볼인지 컷패스트볼인지 구별할 수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박찬호는 지난해 오릭스에서 뛸 때 시범경기에서 컷패스트볼을 던졌는데 구속이 136㎞밖에 나오지 않았다. 당연히 위력적일 수 없었다. 일본에서는 포심패스트볼 구속 자체가 떨어져서 고생했다. 그러니 커터 역시 효율적이지 못했다. 박찬호가 146~147㎞ 정도의 직구를 계속 던지면서 140㎞대 초반의 커터를 섞는다면 국내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컷패스트볼을 '생존 무기'로 삼겠지만, 그게 유일한 무기가 되면 안 된다. 박찬호는 미국 시절 훌륭한 브레이킹볼을 던지던 투수였다. 체인지업, 슬러브, 커터,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장착했던 박찬호다. 근본적으로는 평균 145㎞를 넘는 포심패스트볼이 기본이 돼야 할 것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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