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로 줄곧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수애가 최근 일본에서 보내온 사진 한장은 작은 충격이었다. 권총을 들고 사격 포즈를 취하고 있는 수애. 그랬다. 수애는 전작 '아테나:전쟁의 여신'에서는 액션 여전사였다. 그런 그가 '천일의 약속'에서는 애절한 사랑을 하는 여성으로 변신한 것이었다. 그렇게 수애는 캐릭터에 자신을 완전히 바꿔가는 배우다.
이제 조금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 인터뷰를 마치면 조금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천일의 약속'이 끝나고도 밀린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좀 힘들었거든요."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지만 감정소비가 엄청난 캐릭터에다가 알츠하이머까지, 늘 연기 잘한다고 칭찬 받는 수애에게도 이서연은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이 병에 대해 아는 여자라기보다는 너무 너무 살고 싶어 하는 여자를 그리려고 했어요. 치열하게 살아가던 여자가 알츠하이머를 앓으면서 세상을 잃어가는 표정을 보여드리려고 했죠."
김수현 작가는 배우들에게도 연기에 대해 일일이 지적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배우들에게 굉장히 많이 열어주셨어요. '이 부분은 치열하게 해주세요' 정도가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만큼 김작가가 보기에도 수애는 믿을만한 배우였나보다.
잊고 싶지 않은 것? 가족 그리고…
극중 이서연은 병을 앓으면서도 "남편 박지형(김래원)은 끝까지 잊어버리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그럼 수애는 어떨까. "제가 진짜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면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요? 생각을 좀 해봐야할 것은데…. 우선은 가족들이죠. 저를 지켜주는 가족들의 얼굴은 잊어버리면 안되죠. 또 하나는 자존심 같아요. 인간으로서도 그렇고 배우로서도 그렇죠. 서연이를 보니까 가장 가슴 아픈게 내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더라고요. 지능이 어려지고 내 자신이 본의 아니게 사라져가잖아요. 서연을 연기하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서연은 정말 본의아니게 마지막에는 남편까지 잊어버렸다. 하지만 남편은 끝까지 그런 서연의 옆을 지켰다. 그런 남자가 정말 있을까. "비현실적이라고요? 저는 지형 같은 남자가 어딘가는 있다고 믿는데. 믿고 싶어요. 그런 남자분이 있다고.(웃음)"
수다로 스트레스 푸는 평범한 그녀
수애라는 배우는 대중들에게 꽤 신비롭다. 늘 바른생활을 할 것 같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본을 읊조릴 것 같다. "제가 그런가요? 아닌데….(웃음) 다른 여성분들처럼 수다 떠는 걸 제일 좋아해요. 주량이요? 맥주를 좋아하긴 하는데 잘 못해요. 카페에서 친구들과 모여서 대화를 한번 시작하면 두세시간은 기본 인 것 같아요. 스트레스가 풀리잖아요. 제가 장녀라서 그런지 집에서 '힘들다' 이런 얘기는 잘 못하고요. 친구들에게 하소연을 많이 하죠."
그런 입담이면 예능에 도전해보시라는 기자의 제안은 실패로 끝났다. "제가 예능을 하면 다큐로 끝날 걸요. 예능은 재밌어야 하잖아요. 연기로 하면 모르겠는데 실제로는 재밌게 하는 건 좀 어려울 것 같아요."
벌써부터 차기작을 기다리는 팬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한 작품이 끝나면 정말 '저 이제 당분간 쉴께요'라고 선언을 해요. 그런데 꼭 중간에 어떤 시놉이나 대본을 보고 마음이 동해서 하고 싶어진단말이예요.(웃음) 하지만 막상 선택을 할 때는 주변의 조언을 많이 듣는 편이에요. 제가 아직 저를 잘 모른다고 해야할까.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듣죠."
그래서 '천일의 약속'은 그에게 더 뜻깊은 작품이다. "'천일의 약속'은 매 순간 저에게 한계와 좌절을 맛보게 해준 작품이라 더 고마워요. 이걸 뛰어넘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모든 신이 하고 나면 아쉽죠. 하지만 저 혼자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모든 분들이 함께 하는 작업이라 추억이 되는 것 같아요.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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