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개그맨들에게 있어서는 암흑시대였다.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을 제외하고는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해 말부터 서서히 인기에 불을 지피더니 올해 들어서는 개그계에도 '봄'이 돌아오고 있다. 이제 개그맨들 사이에서도 "코미디는 할만한 직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공개코미디 '1강 2중 1약' 형세
'개콘'은 지난 22일에도 18.7%(이하 AGB닐슨)를 기록하며 주간 시청률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여전하다. 여기에 케이블채널 tvN '코미디 빅리그 2'(이하 코빅2)와 SBS '개그투나잇'(이하 개투)도 인기가 만만치 않다.
시즌2를 시작한 '코빅'은 기존 우승팀 옹달샘(유세윤 유상무 장동민)이 여전히 우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여러팀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아3인(이상준 예제형 김기욱)이 JSA를 패러디한 코너로 전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김꽃두레'라는 인기 캐릭터를 탄생시킨 아메리카노(안영미 김미려 정주리)의 강세도 여전하다. 최근에는 양세형 박규선 이용진으로 구성된 '라이또'팀이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8회부터 승점이 2배로 늘어나는 것을 생각하면 이번 시즌 우승팀은 예측하기 불가능하다. 이같은 접전에 시청률도 4%대에 육박하고 있다.
'개투'도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해 11월 4.6%로 시작했던 시청률이 지난 7일에는 8.5%로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지난 28일 방송도 7.9%로 인기를 이어갔다. 색다른 코너를 연이어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눈을 모으고 있는 것. 특히 토요일 밤 12시라는 시간대에 이뤄낸 결과라 관계자들도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다. MBC '웃고 또 웃고'가 '나도 가수다'의 인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지난 27일 방송에서 3.1%에 머문 것을 보면 현재 공개코미디의 구도는 '1강 2중 1약'의 형세다.
'코빅'VS'개투' 전성기 되찾겠다!
이중 '코빅'의 인기는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개콘' 출신 김석현 PD가 연출을 맡았지만 예상 이상으로 선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 사는 김모씨(34)는 "부산에서는 요즘 '개콘'과 '코빅'이 큰 인기다. 고등학생들부터 중년층까지 '코빅'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개투'는 방송을 하지 않아 잘 모른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 민방에서는 '개투' 대신 자체 제작물을 방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빅2' 첫 라운드에서 1위를 차지했던 '따지남'의 윤진영은 "'코빅'에 참여하는 개그맨들의 열의가 정말 대단하다. 경쟁 체제이기 때문에, 그리고 누구나 재미있게 만들면 우승할 수 있다는 점때문에 더 치열하게 준비하는 것 같다. 다들 쉴 틈 없이 연습하고 있다. 아마 이번 시즌이 끝나면 '코빅'은 그 존재감이 더 커질 것이다"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물론 '개투'도 인기가 점점 상승하며 개그맨들의 의욕이 커지고 있는 상태. '개투'에 출연중인 한 개그맨은 "평일 저녁 시간대로 옮겨질수도 있다는 소식에 모두 더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가 됐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같이 독보적인 '개콘'을 따라잡기 위해 '코빅'과 '개투'가 서로 경쟁하면서, 공개코미디는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이 많다. 여기에 종편채널들도 앞다퉈 공개코미디물을 제작하면서 개그맨들의 활동폭은 많이 넓어졌다.
지난 해 초 '개콘'의 개그맨들이 각종 방송을 통해 "공개코미디가 다시 부활했으면 좋겠다"고 외친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위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직도 공개코미디 방송의 대부분은 심야 시간대에 자리잡고 있고 갈 길은 멀다. 난립하던 공개코미디물이 한꺼번에 사라지며 '개그 암흑시대'를 열었던 실수를 다시 범해서는 안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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