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하나 차이로 6.5㎞를 뛰었다?
LG 투포수조는 1일 오전 훈련을 끝으로 사이판 전지훈련을 마친다. 1차 훈련이 막바지에 달했지만, 3일 오키나와캠프 참가자 명단이 나오지 않아 긴장감은 극에 달해있다. 야간훈련에 전력분석까지 마치고 나면, 매일 자정이 다되서야 잠이 들곤 한다. 강도높은 훈련에 지친 탓에 잠을 설치는 일도 없다.
사이판의 뜨거운 햇살 아래 선수들은 모두 구릿빛 피부로 태닝을 했다. 특히 재활캠프부터 2달여간 사이판에 체류중인 봉중근은 거의 현지인 수준이라고. 투수들은 러닝훈련량이 많아 특히 더하다. 선크림은 아무리 발라도 역부족. 막내 임찬규는 "선크림은 단지 살이 익는 걸 방지하는 용도"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가뜩이나 많이 뛰는데 숙소까지 뛰는 날엔 거의 죽을 맛이다. 더욱 따갑게 살이 오른다. 훈련장인 수수페구장에서 숙소인 피에스타 리조트까지 거리는 6.5㎞정도. 원래는 훈련사이클당 1회씩 숙소까지 러닝이 예정돼 있었다. 진주 마무리캠프에 참가한 이들은 이런 '숙소까지 뛰어'식 훈련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무리없이 러닝을 소화했다.
당초 이러한 6.5㎞ 러닝은 3회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깜짝 이벤트'로 1회를 더 뛰었다. '거의 다 끝났다'고 방심하고 있던 차에 조계현 수석코치가 허를 찔렀다. 바로 'LG 팬 참관단'이 3박4일 일정으로 훈련장을 찾은 때였다.
전날은 숙소에서 팬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레크레이션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은 팬들이 훈련장에 나와 땀흘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훈련이 거의 끝나갈 때 조 코치가 선수들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내기를 해서 지면 숙소까지 뛰자는 것. 내기 종목은 구보였다. 발맞춰 구보하다 구령에 맞춰 동시에 멈추는 게 규칙이었다. 선수들은 내기 초반 하나로 단합된 모습을 이어갔다. 하지만 조 코치는 계속해서 구령을 외쳤고, 결국 모 선수의 발 하나가 틀리며 내기는 끝이 났다.
하지만 이순간 선수들 사이에서 원성 하나 나오지 않았다고. 내기를 받아들일 때부터 '팬서비스'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에 단내가 나도록 러닝훈련을 한 탓에 뛰는 것 하나만큼은 다들 자신있었다. 이런 선수들의 모습에 코치들 역시 혀를 내두르며 조용히 6.5㎞를 함께 뛰었다. 뛰는 내내 모두의 입가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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