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밤 9시(현지시각) 미국 애리조나 투산의 한화 선수단 숙소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선수단이 숙소로 사용하는 더블트리호텔의 전력분석실(176호실)에 후배 선수들이 집합했다.
집합 명령을 내린 이는 최고참 박찬호(39)였다. 저녁 식사 후 휴식을 즐기던 선수들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은 박찬호의 표정에 분위기는 살벌했다. 얼차려를 주기 위해 집합 명령이 떨어진 군대 분위기를 연상케 했다.
박찬호가 훈계를 시작했다. "너희들은 어린 선수들인데 말이야. 여기 와서 하는 행동을 보면 선배들도 그렇게 하지 않는데 너무 한 것 같다. 까불면 안된다."
하늘같은 대선배 박찬호의 난데없는 꾸지람에 신인 최우석 하주석 등 후배들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지켜보던 구단 프런트들도 깜짝 놀랐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후배들과 친해지기 위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던 박찬호가 느닷없이 군기를 잡고 나섰으니 말이다.
하지만 박찬호식 군기잡기의 진상은 금세 밝혀졌다. 공포 분위가 고조됐을 즈음 대반전극이 펼쳐졌다.
복도에 숨어있던 안승민과 유창식이 케이크를 들고 등장했고, 박찬호는 그룹 터보의 생일 축하송을 들려줬다.
특히 안승민과 유창식은 비키니 수영복 차림으로 망측스런 분장까지 해 주변 사람들을 쓰러지게 만들었다.
TV방송 몰래카메라 형식을 본떠 만들어진 '대박' 코미디는 박찬호가 연출한 것이었다. 막내 최우석의 생일(2월 6일)을 맞아 박찬호의 주동으로 선배들이 꾸며낸 것이었다.
박찬호의 군기잡기 역시 극적인 효과를 고조시키기 위한 '쇼'였다. 선수들은 이국땅에서 맞은 아주 특별한 생일잔치에 폭소를 참지 못했고, 프런트는 박찬호의 기발한 후배사랑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박찬호는 지난 1일 하나마스 트레이닝 코치에게 새 운동화를 선물하기 위해 깜짝쇼를 펼친 바 있다.
갑작스럽게 하나마스 코치에게 습격하듯 달려들어 낡아빠진 운동화를 강제로 벗긴 뒤 미리 구입해 둔 운동화를 신겨준 것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종종 이런식으로 감사인사를 한다며 박찬호가 연출한 이벤트였다.
결국 막내를 위한 몰래카메라 생일잔치로 완성도를 높인 박찬호는 '이벤트 매니저'라는 또다른 별명까지 얻게 됐다.
오성일 홍보팀장은 "스프링캠프에서 드러나고 있는 박찬호 유머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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