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우들이 잇달아 할리우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병헌, 정지훈(비), 전지현, 장동건 등.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톱스타들이다. 이쯤 되면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이들이 할리우드에선 어느 정도의 위치일까?
알기 쉬운 이해를 위해 기준을 잡아보자. 가장 성공적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병헌이 기준이다.
이병헌은 지난 2009년 개봉한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에 이어 오는 6월 개봉 예정인 '지아이조2'에도 출연한다. 비밀에 둘러싸인 무사 스톰 쉐도우 역을 맡았다. 조연이지만 연기력과 매력을 인정받았다.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은 전세계적으로 3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병헌의 소속사 관계자는 "아시아 배우에게만 요구되는 배역이 있는 건 사실이다. 성룡이나 이연걸처럼 액션신을 소화해낼 수 있어야 한다"며 아시아 출신 배우들이 가지는 핸디캡에 대해 우선 언급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뛰어넘어 연기로서 뭔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병헌의 경우 액션 외의 영어 대사를 통한 연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소속사의 입장에서도 그런 한계를 뛰어넘어 자리를 잡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할리우드에서의 달라진 입지를 느낄 수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지아이조2'에 함께 출연하는 브루스윌리스가 한국식으로 예를 갖춰 90도로 인사를 했으며, 영화 스태프가 이병헌을 위해 극 중 소품에 '폭풍 그림자'란 한글을 써놨다는 것.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에 비해 '지아이조2'에선 극 중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이어 "할리우드 차기작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지만 다양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며 "이병헌이 본인의 성공 뿐만 아니라 후배들의 할리우드 진출을 위해 선구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계의 전반적인 평가를 종합할 때 이병헌은 할리우드 톱스타로 발돋움하기 위해 탄탄한 초석을 다져놓은 단계에 서 있다. 하지만 바꿔 얘기하면 국내 최고인 이병헌도 아직은 할리우드 톱스타 대열에 합류하진 못한 셈. 다른 배우들은 이보다 못한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그렇다고 해서 국내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첫 발을 내디뎠고 도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며 "국내 톱스타들도 할리우드에선 사실상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하는 등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영어 대사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내야 하는 등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있지만 국내 팬들도 이들을 응원해줘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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