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선발투수 예고제 딜레마다.
프로야구 경기조작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난데없이 선발투수 예고제가 도마에 올랐다.
선발투수 예고제는 야구흥행을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부작용으로 경기조작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98년부터 도입된 선발투수 예고제는 1999년까지 시행된 뒤 2000년 일부 감독들의 반대로 중단됐다가 2001년 부활한 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날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다음 경기의 선발투수를 발표하고, 경기가 없는 월요일의 경우 낮 12시에 화요일의 선발투수를 공개하도록 돼 있다.
선발투수 예고제는 팀 전력을 사전에 노출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여전히 일부 감독과 구단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순기능이 더 많기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 팬들 입장에서 보면 다음 경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됨과 동시에 야구를 즐기는 재미도 높아진다. 이는 야구흥행에도 연관이 있다.
특히 건전한 스포츠 베팅 게임을 즐길 때에도 토토 마니아들에겐 어떤 선발투수가 출전하느냐 여부는 유익한 가이드라인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프로야구 흥행에 숨은 일꾼 역할을 해 온 선발투수 예고제가 경기조작 사건 유탄을 맞게 된 것은 주요 타깃이 선발투수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현재 야구판에 돌고 있는 소문은 '초구 볼넷' 등에 불법 베팅하기 위해 선발투수들이 브로커의 주된 포섭 대상이라는 것이다. 실제 의혹 대상에 오른 선수들도 대부분 선발투수였다.
그러자 일부 구단에서는 "선발투수가 미리 공개되는 바람에 브로커들이 해당 투수에 접근할 수 있는 것 같다"면서 선발투수 예고제가 경기조작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렇다고 선발 예고제를 없애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격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되는 등 선발투수 예고제가 이래저래 논란에 휩싸인 형국이다.
2010년 초반 대대적인 승부조작 파문에 휩싸였던 e스포츠에서도 야구의 선발투수 예고제와 비슷한 출전선수 엔트리 발표제가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e스포츠는 당시 경기 전에 엔트리 발표를 하는 제도가 승부조작 공모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이 제도를 전면 폐지한 바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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