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는 '슬로 스타터'다.
시즌 초반 고생을 한다. 그리고 시즌 막판부터 괴력을 발휘, 플레이오프에서 절정의 경기력을 과시한다.
2005년 허 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정규리그 우승은 없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두 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기본적으로 하승진과 전태풍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규리그동안 잔부상이 많다. 전열의 이탈과 복귀가 잦다. 그러다 플레이오프에서 특유의 집중력으로 경기력을 극대화시킨다.
올 시즌 KCC는 예년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시즌 초반 KCC는 괜찮았다. 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하승진과 전태풍이 들락날락거리면서 결국 중위권에 포진해 있다. 결국 KCC는 강수를 뒀다. 포워드형 용병 드숀 심스를 방출하고, 동부 출신의 용병 자밀 왓킨스를 데려왔다. 플레이오프를 앞둔 시즌 막판 KCC의 이같은 변화는 '태풍의 눈'이다. 한마디로 KCC는 우승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용병 교체의 의미
심스는 득점력은 좋지만, 골밑공격은 약한 용병이다. 때문에 화려하긴 하지만 팀 공헌도는 어쩔 수 없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특히 하승진이 30분 이상 뛰지 못하는 KCC로서는 심스의 2% 부족한 플레이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승진이 없을 경우 KCC의 골밑은 무주공산이다. 플레이오프 우승을 다툴 것으로 보이는 동부, KGC, 모비스 등이 강한 파워포워드(김주성, 오세근, 함지훈)로 탄탄한 골밑을 구축하고 있는 점을 비교하면 더욱 아쉽다.
왓킨스는 2004년부터 세 시즌동안 동부에서 뛰었다. 김주성과 호흡을 맞추며 2004~2005 시즌 동부를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2m4의 큰 키에 뛰어난 리바운드, 블록슛 능력을 자랑한다. 골밑을 보강하며 플레이오프에 승부를 걸겠다는 KCC의 의도다.
왓킨스 합류의 장점
기본적으로 KCC의 골밑은 난공불락이 됐다. 하승진과 왓킨스의 결합 때문이다. 그 어떤 팀도 KCC와 골밑에 맞서 우세를 보인다고 말할 수 없다. 트리플 포스트를 앞세워 정규리그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던 동부조차 말이다.
게다가 왓킨스는 큰 경기에 강하다. 이미 우승경험이 있다. KBL 리그에서의 적응도도 훌륭하다.
가장 큰 장점은 하승진이 없을 경우에도 KCC는 정상적인 경기운영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KCC는 하승진이 없을 경우 팀 컬러 자체를 바꿨다. 3명의 포워드와 2명의 가드를 쓰면서 센터없는 스피디한 농구를 펼쳤다. 뛰어난 조직력을 과시했지만, 객관적인 골밑약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왓킨스가 들어오면서 이런 약점이 없어졌다. 즉 40분 내내 안정적인 경기력을 담보할 수 있게 됐다.
허 재 감독이 풀어야 할 숙제
하지만 숙제는 산더미다. 지난 18일 왓킨스는 처음으로 KCC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동부의 최다연승(16연승)이 결정된 날이었다. 높이만큼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동부는 특유의 빠른 속공과 조직력으로 하승진, 왓킨스 콤비를 압박했다. 결국 대승을 거뒀다.
가장 큰 문제는 하승진과 왓킨스가 동시에 투입됐을 때다. 스피드가 현격히 느려진다. 최대한 세트 오펜스 상황을 만들어 상대팀에 속공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이날 동부는 많은 속공을 성공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동부, KGC, 모비스, KT 등은 모두 속공에 능한 팀이다.
공격에서도 정교한 세팅작업이 필요하다. 두 선수 모두 골밑 깊숙히 자리잡고 포스트 공격을 하는 스타일이다. 활동범위가 겹치게 된다. 골밑공격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미.
두 선수는 서로를 의식해 한 명의 선수가 골밑에 들어갔을 경우 자유투 라인 부근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까지는 부자연스럽다.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푸느냐가 관건이다.
사실 그동안 KCC는 항상 이런 딜레마들이 있었다. 하승진이 가세하면서 생긴 어쩔 수 없는 약점이다. 그러나 허 감독은 훌륭하게 해법을 제시했다. 결국 두 차례의 우승을 만들었다. 올 시즌은 그때보다 딜레마의 강도가 더 세다. 하지만 확실한 골밑의 우위를 가지고 있다. '양날의 칼'을 거머쥔 KCC. 플레이오프에서 어떻게 사용할 지 궁금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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