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임창용과 그룹 DJ DOC의 김창렬이 글러브와 새로운 등판 테마송을 '맞트레이드'할 예정이다.
상당히 독특한 케이스인데, 결국 서로 시원시원함에 끌린 것 같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해외파 투수와 가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임창용은 일본 진출 초기부터 마운드 등판 때 '007' 영화음악을 테마송으로 사용했다. 본래 의미는 이렇다. 악당을 찾아가서 여주인공을 구출하듯이, 마무리투수가 팀을 구원하기 위해 마운드로 걸어올라간다는 걸 의미한다.
임창용측은 처음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서부영화 '석양의 무법자'에 나오는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를 쓸까도 생각해봤다. 이종격투기의 레미 본야스키가 사용한 곡이다. 그런데 너무 느리고 처진다는 이유로 선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메인 테마도 고려했는데, 이 곡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오가사와라가 쓰고 있어 배제됐다고 한다.
김창렬이 기존 '007 테마송'을 조금 더 신나게 편곡하거나 랩을 넣어 2개쯤 샘플을 만든 뒤 조만간 임창용에게 보내면, 임창용이 들어본 뒤 하나를 고를 예정이다.
김창렬과 임창용은 서로 만난 적이 없는 관계라고 한다. 하지만 야구광인 김창렬이 마무리투수 임창용의 피칭 스타일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살 많은 김창렬이 "이 음악 듣고 힘내라"는 의미에서 선물해주는 셈인데, 대신 "글러브와 빅딜하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마무리투수의 테마송은 은근히 부담이기도 하다. 상당수 마무리투수들은 구단에서 테마송을 쓸 것이냐고 물어보면 "무게 잡고 등판했다가 두들겨맞으면 창피해서 안 된다. 쓰기 싫다"고 말하기도 한다. 결국 마무리투수가 테마송을 쓴다는 건 자신감의 상징인 셈이다.
메이저리그에선 601세이브의 전설인 트레버 호프먼이 '트레버 타임'때 지옥의 종소리와 함께 등장했다. 지난해부터 대구구장에선 삼성 마무리 오승환이 '라젠카 세이브 어스'란 장중한 분위기의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쓰고 있다. '오승환 타임'때 광고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 시청자들은 피부로 느끼기 어렵지만, 현장에서 들으면 상당히 위압감이 느껴진다. 올해 일본 도쿄의 진구구장에선 '임창용 타임'때 김창렬이 선물해준 테마송이 흘러나올 전망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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