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화 선수단이 캠프를 차린 일본 오키나와 키샤바 지역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오키나와에 2차 스프링캠프를 차린 뒤 5일 만에 첫 꿀맛같은 휴식일을 맞았지만 팀 분위기를 대변하듯 스산한 날씨였다.
한화는 이날 휴식 이전까지 일본 프로팀과 3경기 연속 연습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참담했다. 첫 경기 요코하마 DeNA전(21일)에서 1대6으로 완패하더니 야쿠르트와 요미우리전에서도 각각 1대12, 0대14로 대패를 당했다.
한대화 감독은 야쿠르트전이 끝난 뒤 선수들에게 호통을 치기도 했지만 당장 효과는 없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휴식일을 맞아본 들 흥이 날 리 만무하다. 한화 관계자는 "비가 와서 그런지 분위기는 딱히 활기찰 것도 없고 더 엄숙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잘됐다"는 낙관론도 감지된다. 고통 속에서 희망을 본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한화는 그동안 뜬구름 위를 걷는 듯했다. 구단 안팎에서 '거품'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박찬호 김태균 송신영에 신인 1순위 하주석까지 겉보기에 그럴듯한 전력이 보강되면서 4강 진출은 물론 우승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컸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야구처럼 많은 인원이 가용되는 스포츠에서 선수 한두 명 더해진다고 해서 전력이 당장 좋아질 것은 아니라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주변의 부푼 기대감과 함께 한화는 최고의 관심대상 구단으로 떠올랐다. 그런 분위기는 미국 애리조나에서까지 잘 유지됐다.
몇 년간 하위권에서 맴돌았던 선수들에게도 한층 높아진 위상으로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 긍정적인 효과는 여기까지다.
이제 뜬구름만 잡을 때가 아니다. 아픔도 겪어봐야 한다. 일본 전지훈련 초반에 이 아픔을 제대로 겪었다.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번 일본팀과의 3연전은 한화의 객관적인 현재 전력이 어떤 수준에 있는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데 훌륭한 채찍이 됐다"는 게 한화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감독은 이번 일본 연습경기에서 박찬호 류현진 김태균 장성호 등 핵심 멤버들을 빼고 젊은 선수와 기존 멤버들을 평가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했다.
때문에 경기 결과에 굳이 연연하지는 않는다. 대신 이번 연습경기를 통해 기존 선수들의 단점이 여전하고, 앞으로 남은 캠프 일정에서 무엇을 성장시켜야 하는지 냉철하게 평가하는 자극을 얻은 것으로 만족하는 눈치다.
한화 관계자는 "박빙으로 어중간하게 졌으면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잘 몰랐을지 모른다. 차라리 크게 얻어맞고 나니까 깨달음이 더 커졌다"고 자평했다.
결국은 한화는 일본 전지훈련 초반에 이왕 맞을 거 제대로, 크게 잘 맞았다. 뭐가 잘못됐는지 알아냐 뭘 고쳐야 할지 안다는 게 구단의 판단이다.
그래서 한화는 고통 속에서 희망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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