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전지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일본 가고시마현 아이라구장. 훈련 첫 날인 23일 일본인 이토 수석코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
일본 프로야구 명포수이자 2004년 세이부 라이온즈 우승 사령탑 출신인 이토 코치가 유망주 포수 박세혁과 최재훈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이토 코치가 두 선수에게 혹독한 포수 조련을 하는 이유는 두산이 이들을 차세대 주전감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후 이토 코치는 덕아웃 쪽으로 와서 선수들을 향해 손짓을 하며 이름을 하나씩 부르기 시작했다. 선수를 부르려는 것이 아니라 얼굴과 이름을 다시 익히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11월초 마무리 훈련을 시작하던 날, 김진욱 감독은 이토 코치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되도록이면 선수들 이름을 모두 외워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김 감독은 "이름과 얼굴을 하나도 빠짐없이 알고 있어야 가르치는데도 효과가 있고 일체감도 느낄 수 있다"고 했었다.
현재 이토 코치의 선수 이름 외기는 어디까지 왔을까. 이미 전 선수들의 얼굴과 이름을 모두 익히고 있었다. 이토 코치는 또박또박 입모양을 해보이며 양의지 김재호 김현수 등 몇몇 선수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면서 "'이종욱'은 발음이 너무 어려운 이름이다"라는 말까지 했다.
현재 두산 전지훈련에는 총 45명이 참가하고 있다. 이토 코치는 이미 애리조나 전지훈련때 이름 외기를 마스터했단다. 같은 한국 사람이라 해도 난생 처음 만난 45명의 사람들 이름을 단시간에 다 외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외국인이라면 노력을 얼마나 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아직 한국말로는 인삿말이나 간단한 의사 소통 정도 밖에 못하지만, 선수 이름만큼은 철저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게 이토 코치의 생각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나와도 많은 부분에서 생각이 같으신 분이다. 처음 한국에 와서 노력을 해주는 모습이 고마울 따름이다. 훈련 분위기가 더욱 좋아질 수 밖에 없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가고시마(일본)=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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