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하는 일이어서 믿고 가입했는데 이런 황당한 경우가 어디있나요?"
김재원씨(53·충주시 안림동)는 요즘 우체국 연금 때문에 밤 잠을 설치고 있다. 우체국에서 연금을 과다 지급했다며 1400만원을 반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18년전인 지난 1994년, 김씨는 부동산을 처분한 뒤 인근에 살고 있는 어머니(72)의 노후생활에 대비해 충주시의 한 우체국에서 어머니 명의로 연금상품에 가입했다. 일시불로 3000만원을 예치한 뒤 5년 후부터 원리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매월 연금으로 어머니가 받는 조건이었다.
이렇게 해서 김씨의 어머니는 1999년 1월부터 4700만원으로 불어난 원금을 기초로 매월 소정의 연금을 받아왔다. 가입 시 김씨의 모친이 사망할 경우 원금 4700만원은 김씨에게 상속이 가능토록 돼있었다.
지난해 12월의 경우 김씨 모친이 우체국에서 지급받은 연금액수는 20여만원. 그런데 올 1월 연금액수가 13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그동안 금리에 연동돼 조금씩 연금액수가 달라지긴 했으나 갑자기 반토막 나다시피한 것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에 김씨는 집 근처 우체국으로 달려가 그 이유를 따져봤다. 돌아온 답변은 이랬다. "(우정사업)본부의 전산 프로그램을 점검하다가 그동안 연금이 과다 지급된 것을 발견했다. 4700만원의 원금에서 1420만원을 공제한 뒤 남은 잔액 범위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지급하다보니 연금액수가 줄어들었다."
우체국 측에선 "정상적으로 연금을 받으려면 1420만원을 일시에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전국의 우체국은 지식경제부 산하 우정사업본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정부기관. 좀처럼 믿기지 않은 사실에 김씨는 우정사업본부의 몇몇 부서로 항의를 해봤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 측에선 "과다 지급된 돈에 대해서는 반환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한다.
김씨는 억울한 마음에 금융감독원 등에도 민원을 제기했으나 별다른 소득을 얻지못한 상황.
그는 "자기들이 실수를 해놓고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래가지고서는 우리같은 서민들이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 연금상품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 더 있을 텐데 정말 할 말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우정사업본부 측은 김씨의 민원과 관련한 본지의 취재에 "연금이 과다지급된 원인을 찾고 있고, 원인이 밝혀지면 거기에 따라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김씨에게는 전산착오로 얘기했으나 공식적으로는 이를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최근 발표된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이 기관은 2007년 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1860억원 가량을 분식 회계해 실적을 부풀린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고유의 우편업무이외에 예금사업과 보험사업도 대규모로 하고 있는 우정사업본부의 신뢰회복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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