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LG 박현준은 입을 굳게 닫았다.
27일 프로야구 경기조작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에서 박현준과 김성현에게 경기조작 대가로 1200만원을 지급했다는 용의자 브로커의 진술이 나온 후 박현준의 반응이다.
이날 오후 일본 오키나와 외곽 잠파 해변에 위치한 미사키로열호텔. LG 선수단이 스프링캠프 숙소로 사용하는 곳이다.
LG 선수단 45명 가운데 28명은 일본 팀들과의 연습경기를 위해 이날 오전 고지로 떠났고, 박현준은 나머지 선수들과 함께 오키나와에 남아 있었다.
이날 오전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한 박현준은 오후 훈련이 없던 터라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LG 선수단 숙소는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 고요했다. 차라리 침통함이 가득했다. 잔뜩 찌푸린 바깥 날씨와 을씨년스럽게 불어대는 바닷 바람이 LG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듯 했다.
박현준은 방에서 두문불출했다. LG 홍보팀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경기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박현준의 이름이 오르내리다가 사례금까지 오고갔다는 구체적인 진술이 나오자 또다시 충격을 받은 것이다.
양승혁 과장은 "그동안 이 사건으로 인해 박현준과 구단이 받은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면서 "아직 검찰 측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오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선수 보호를 위해 박현준과의 접촉을 막을 수밖에 없는 입장도 이해해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LG가 당초 언론사에 배포한 선수들 방 배정표도 이미 바뀐 상태였다. 박현준을 일부러 감추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부상 등으로 인해 귀국조치된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방을 옮겨다니게 됐다는 게 구단측의 설명이었다.
LG는 박현준과의 접촉을 한사코 만류했다. LG 관계자는 "구단 입장에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선수와의 접촉을 허용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구단 관계자가 박현준을 대신 만나서 입장을 들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경기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고 극구 부인하던 입장에서 살짝 바뀌었을 뿐이었다.
구단측은 현재로서는 검찰의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가는 방법 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고, 박현준은 끝내 심경토로도 거부했다.
오키나와(일본)=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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