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5에서 1+1로"
스크린 아역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과거 아역 연기자는 성인 연기자를 보조하는 역할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성인 연기자의 어린 시절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잠깐 등장할 뿐이었다. 성인 연기자의 비중이 훨씬 컸다. 한 역할에 2명이 캐스팅됐지만, 성인 연기자가 1.5인분의 연기를 하고 아역 연기자는 0.5명에 해당하는 역할만 하면 됐다.
하지만 최근 아역 연기자들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성인 연기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극 중 비중에서도, 화제성 면에서도 그렇다. 경우에 따라선 더 큰 비중을 차지할 때도 있다.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 '써니'가 대표적이다. 7명의 여고 동창생들이 25년이 흐른 뒤 다시 만나 학창시절을 추억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성인 연기자들의 학창시절이 영화의 주된 배경이었던 만큼 아역 연기자들의 연기가 돋보였다. 심은경, 강소라, 남보라, 민효린 등은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이 때문에 유호정, 진희경, 이연경, 홍진희 등 중견 배우들의 활약이 가려지는 '이상(異常)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각종 영화시상식을 앞두고 관계자들은 "'써니'의 경우 주연 후보에 아역 연기자들을 올려야 할지 성인 연기자들을 올려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을 정도다.
오는 4월 5일 개봉하는 '인류멸망보고서'의 진지희 역시 주목받고 있는 아역 배우다.
진지희는 이 영화에서 지구 멸망의 도화선이 되는 아이러니한 운명을 가진 소녀 역을 연기한다. 배우 배두나가 이 소녀의 성인 시절을 맡았다. 할리우드 진출을 앞둔 톱스타 배두나의 출연 분량이 많을 것이라 지레짐작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인류멸망보고서'의 관계자는 "진지희가 영화의 주인공이다. 진지희가 배두나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다기보다는 배두나가 진지희의 성인 시절을 연기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출연 분량도 진지희가 훨씬 많다"고 전했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건축학개론'은 아예 '2인 1역' 캐스팅을 영화의 관전 포인트로 내세웠다.
건축가 승민 앞에 15년 만에 나타난 첫사랑 서연이 집을 지어달라고 부탁하면서 그려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엄태웅과 한가인이 주연을 맡았고, 이제훈과 수지가 두 사람의 과거 모습을 연기한다.
이제훈과 수지는 지난달 열린 제작보고회에 엄태웅-한가인과 함께 당당하게 주연으로서 참석했다. 빼어난 외모에 실력까지 갖춘 이제훈과 수지는 차세대 충무로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개봉 전 온라인상에서의 반응은 엄태웅-한가인 커플에 비해 오히려 뜨겁다.
이와 같은 '아역 전성시대'의 이유는 뭘까?
한 영화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아역 배우들이 수준 높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웬만한 성인 연기자들보다 나은 아역 배우들도 많다"며 "그러다 보니 비중이 큰 역할도 믿고 맡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심은경, 진지희 등 성인 연기자에 못지않은 인지도를 가진 '스타 아역'이 등장했다는 점도 한 가지 이유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이들을 영화의 주연으로 내세워도 이상할 것이 없다. 아역 배우들이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활동하면서 실력을 쌓아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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