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긴 하는데, 빼앗진 못한다?
KIA 선동열 감독은 '실전의 효용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휘자다. 불펜이나 베팅케이지에서 아무리 잘 던지고, 잘 때려내도 실전에서 못하면 소용이 없다는 실용주의 철학을 지녔다. 때문에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어느 팀보다 많은 연습경기 일정을 마련했다.
지난 2월 중순부터 진행된 오키나와 캠프에서 KIA는 당초 국내팀 및 일본 프로팀과 총 13차례의 연습경기를 잡아놨었다. 그러나 오키나와 현지 날씨사정으로 인해 KIA가 실제로 치른 경기는 총 10경기다. 전적은 6승4패로 승률 5할을 넘겼다.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경기들을 통해 KIA는 몇 가지 특징을 드러냈다. 일단, 이길 때는 좀처럼 경기 후반 대량실점을 하지 않으면서 1~2점차 승리를 거뒀다. 또한 그리 많은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 '투고타저'의 현상을 보인 것이다.
오키나와에서 치른 10차례의 연습경기에서 KIA가 뽑은 점수는 총 29점으로 경기당 2.9득점이었다. 최다 득점 경기는 지난 2월23일 요코하마전으로 이날 KIA는 신종길의 만루홈런과 김상현의 2점홈런 등에 힘입어 무려 9점을 뽑았다. 반면, 한 점도 뽑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노히트 노런' 패배를 당한 날도 있다. 지난 2일 한화전이었다. KIA 타선은 이날 한화 선발 안승민(5이닝)-유창식(2이닝)-최우석(1이닝)-김광수(1이닝)의 계투진으로부터 볼넷 2개와 몸 맞는볼 1개 밖에 얻어내지 못한 채 완패를 당했다.
캠프 막판에 이르면 대부분 타자들의 컨디션은 크게 떨어진다. 타격감각의 사이클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시기다. 그러다 3월 중후반 시범경기를 통해 다시 끌어올려 4월초 개막에 맞추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경기당 2.9점의 득점률은 한 번쯤 고민해 볼 문제다. '득점력의 강화'는 선동열 감독이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목표로 내건 과제이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올해 초 팀 훈련을 시작하면서 "팀의 득점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격적인 2번 타자를 찾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1번타자와 중심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2번타자가 보다 공격적일 때 팀의 득점력이 살아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캠프 기간, 안치홍과 신종길을 시험했다. 이범호마저 '공격형 2번타자' 후보에 들기도 했다. 하지만, 연습경기를 통해 나타난 결과로 볼때 아직은 선 감독이 추구하는 '득점력의 강화'가 완성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희망적인 면도 분명히 발견된다. 선 감독의 또 다른 과제였던 '불펜의 강화'는 어느 정도 이뤄졌기 때문이다. KIA가 거둔 6승 중 5번이 2점차 이내 승리였다. 박빙의 리드 상황에서 나온 불펜진이 역전이나 동점 점수를 허용하지 않은 덕분이다. 지난해 최다 역전패를 거뒀던 KIA의 문제점이 선 감독이 지휘한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크게 보완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연습경기를 통해 나타난 이같은 투타의 특징적 현상을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시즌 개막 전까지 선 감독이 어떻게 조율할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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