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좌완 투수 박정태(27)는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고 시절 투수이면서도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을 정도로 투타에서 모두 뛰어났다. 그는 눈을 무척 좋아했다. 고향 부산에서 자라면서 겨울에 눈을 맞아본게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그래서 눈이 오는 날이면 미친듯이 달려나가 눈을 맞아보는 게 소원이었다.
2005년 그는 KIA 유니폼을 입었다. 그해말 박정태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2006년엔 선발로 뛸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2005년 12월 박정태는 눈밭에서 비명 소리와 함께 쓰러졌고 순탄할 것 같았던 그의 야구 선수 인생은 뒤틀렸다. 그해 광주엔 눈이 많이 내렸고, 박정태는 구단 숙소 앞 눈밭을 걷다가 쌓인 눈속에 있던 돌을 밟다 접질려 발목 인대가 파열됐다. 6개월을 꼬박 재활 치료로 보냈다. 후반기에 마운드에 섰지만 동계훈련을 못했기 때문에 좋은 공을 던질 수가 없었다. 1승을 올렸다.
박정태는 여전히 지금도 눈이 좋다고 했다. "내가 부주의해서 발목이 돌아간 것이다. 눈 때문은 아니다."
박정태는 발목에 이어 이후 어깨 부상으로 두 시즌을 허송세월하고 군복무 후 지난해 다시 KIA 유니폼을 입었다. 주로 2군리그에서 뛰다가 2차 드래프트(40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했다. 그는 "KIA에 대한 서운한 감정은 전혀 없다. 나에게 정말 많은 기회를 주었는데 내가 살리질 못했다"고 했다.
박정태는 최근 류중일 삼성 감독이 2012시즌 삼성에서 주목해야 하는 선수 4명 중 첫 번째로 꼽은 선수다. 박정태는 삼성에 와서 기량이 가장 많이 발전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원래 묵직하고 빠른 직구와 떨어지는 각도가 큰 슬라이더와 커브를 던질 줄 알았다. 고질적인 제구력을 잡으면서 투구수와 남발했던 볼넷이 눈에 띄게 줄었다. 박정태는 이번 동계훈련 연습경기 7경기에서 6⅔이닝을 던지면서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9안타로 1실점, 방어율은 1.35였다.
삼성의 연고지인 대구에서도 눈 구경하기는 쉽지 않다. 박정태는 "이번 시즌 잘 던져보고 싶다. 그리고 대구에서 내리는 눈을 맞으면 정말 좋겠다"고 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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