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제독의 와인 '마르살라'>
유럽 대륙을 거의 손에 넣다시피 한 나폴레옹의 다음 목표는 영국이었다. 스페인 반도 서남부 까디스항에 머무르던 프랑스 함대 빌뇌브 제독은 나폴레옹황제로부터 '나폴리 진군'을 명받았다. 이에 프랑스-스페인 연합 함대는 지체 없이 지브롤타 해협으로 향했다. 이에 적군의 동태를 주시하던 영국 지중해 함대도 맞대응에 나섰다. 넬슨 제독은 트라팔가해역을 격전의 장으로 삼고 프랑스-스페인 연합군을 그곳으로 내몰았다. 1805년 가을에 벌어진 '트라팔가 해전'의 서막이다.
영국 함대는 탁월한 전술로 공격의 주도권을 잡고 33척의 프랑스 전함을 궤멸시켰다. 하지만 넬슨 제독에겐 승리의 영광과 함께 죽음의 여신도 뒤따랐다. 저격병이 쏜 탄환을 비켜가지 못하고 47세의 짧은 삶을 기함 빅토리아호에서 마감해야 했다. 해전의 영웅이 숨을 거두고, 남은 수병들이 승전의 술잔을 높이 들었을 때, 그 잔 속의 와인은 평소 넬슨제독이 즐기던 '마르살라'였다.
'마르살라 와인'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서쪽에 있는 자그마한 포구, 마르살라 마을에서 난다. 일반 테이블 와인과는 달리 알코올 도수가 약간 높은 18도 수준의 포티파이드 와인이다. 넬슨이 이 와인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8세기 말. 당시 시칠리아와 나폴리에 자리 잡고 있던 '양 공화국'(the Two sicilics)의 두 국왕으로부터 받은 선물에서 비롯됐다. 국왕들은 넬슨의 지중해 함대 덕분에 나폴레옹의 침략으로부터 온전할 수 있었다며 마르살라의 포도밭을 그에게 선물로 줬다.
제독은 이 마르살라 와인을 남달리 사랑했고 급기야 그의 지중해 함대에도 이 와인을 보급 했다.
"나는 20살의 약속을 지켰다. 나는 나의 의무를 다했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죽음에 앞서 남긴 그의 마지막 말을 담고서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는 높이 51m의 넬슨 기념 동상이 우뚝 서 있다.
글·최훈(보르도와인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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