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유격수 김상수(22)는 두 남자 덕을 봤다. 한 사내는 류중일 삼성 감독(49)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아이돌 그룹 '엔트레인'의 메인 보컬 김상우(20)다. 삼성 구단 주변에서 김상수를 '류중일의 아들' 또는 '아이돌 브라더'라고 부를 때가 더 많다. 김상우가 삼성의 주전 유격수로 성장하는데 두 사나이가 끼친 영향은 컸다.
류 감독은 김상수의 모교 경북고 선배다. 1990년생인 김상수는 류 감독의 고교 시절 플레이를 보고 자라지는 못했다. 27년 차이라 하늘 같은 야구 선배이자, 이제는 감독과 선수라는 무척 어려운 관계가 돼 버렸다. 류 감독은 다른 선수들의 눈이 무서워 김상수만을 편애할 수도 없다. 오히려 더 매정하게 대할 때가 많다.
김상수가 류 감독을 처음 본 것은 경북고 3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이었다. 김상수는 당시 경북고의 주전 유격수로 공격과 수비를 두루 잘하는 선수로 대구 지역에 소문이 자자했다. 당시 류 감독은 삼성의 코치였다. 류 감독은 김상수를 볼 겸 모교 훈련장을 찾았다. '류중일' 이름 석자를 박은 유격수용 글러브를 들고 가 김상수에게 선물했다. 그때부터 류 감독과 김상수의 관계는 경북고 야구부를 중심으로 퍼졌다. 류중일이 김상수를 찍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미 제2의 류중일이 될 거라는 기대를 모았던 김상수는 '류중일의 아들'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김상수는 아직도 그때 류 감독이 해준 조언을 잊지 않고 있다. 그는 "감독님이 유격수 수비에 대해 이렇게 하라고 얘기해줬다"면서 "너무 급하다. 천천히 해라. 또 공을 던질 때 팔 스윙을 부드럽게 해라. 팔꿈치는 최대한 몸쪽으로 붙여라고 말해주셨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김상수는 2009년 1차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 유니폼 입었고 다시 류 감독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그는 올해로 벌써 프로 4년차다. 출전 경기수가 97경기(2009년)→101경기(2010년)→128경기(2011년)로 늘면서 김상수가 삼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타율 2할7푼8리를 기록, 입단 후 최고의 성적을 냈다. 22개의 실책을 범했다. 김상수는 류 감독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는 무조건 실책을 한 자릿수로 떨어트리는 게 첫번째 목표다.
요즘 김상수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동생이자 인기 아이돌을 꿈꾸는 김상우다. 김상우는 지난해 유명 작곡가 김창환이 발굴한 신인 아이돌 그룹 엔트레인에서 노래를 담당한다. 김상수는 지난해 동생을 위해 구단에서 엔트레인의 홍보맨 역할을 자청했다. 자신의 핸드폰 벨소리 등을 모두 엔트레인의 대표곡 '울면서 울어'로 도배했다. 팀동료들에게도 엔트레인 노래를 수 차례 선물해 반강제로 듣게 만들었다.
김상수는 "동생은 춤은 잘 못췄지만 노래는 어린 시절부터 정말 잘했다"면서 "지금도 중학교 시절 엄마한테 천원 받아서 오락실에 가 동전 노래방 기계로 함께 노래를 불렀을 때가 가장 많이 기억이 난다"고 했다. 형제는 당시 인기가 많았던 SG워너비의 '살다가'를 가장 자주 합창했었다고 한다.
김상수도 동생 만큼은 아니지만 노래를 곧 잘 부른다. 팀 장기 자랑에선 노래를 부를 기회가 오면 사양하지 않고 부른다.
형제는 아직 스타는 아니다. 둘 다 더 잘 해 더 유명해져야 한다. 김상수는 "동생은 아직 인기 연예인은 아니다. 물론 나도 스타가 되기까지는 멀었다"면서 "동생이 서울에 주로 있기 때문에 자주 볼 수는 없어 전화통화를 한다. 그때마다 서로의 분야에서 열심히 하자. 항상 초심을 잃지 말고 조금 인기를 얻었다고 우쭐해하는 못난 사람이 되지 말자는 얘기를 한다"고 했다. 김상수는 동생의 새 앨범이 나오면 다시 홍보맨이 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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