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빼앗긴 소중한 것들…
최근 '우리 아들이 혹시 천재 아닐까?'란 기분 좋은 상상을 한 적이 있다. 돌도 안 된 갓난쟁이가 자신도 스마트족인양 엄지손가락으로 핸드폰 사진을 돌려보는 것이 아닌가. 한 번도 가르쳐준 적 없는 기특한 짓을 해대는 아들을 보면서 '정말 똑똑한 것 같다'며 주변에 자랑질을 해댔다. 그런데 순간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란 무서운 말이 스쳤다. 생각해보니 스마트폰을 하루 24시간 거의 손에서 내려놓는 법이 없는 엄마인 나를 그대로 닮은 것이 아닌가!
스마트폰은 육아에 지친 필자에게 분명 신세계를 열어주었다. 스마트폰 덕분에 굳이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인터넷 뉴스에 접속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육아고민이 생기면 실시간으로 개인 블로그에 포스팅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수많은 선배 엄마들로부터 조언과 위로를 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에게 새로운 이유식을 만들어줄 때도 이젠 친정엄마 대신 스마트폰에게 래시피를 묻고, 모르는 길을 갈 때도 스마트폰에게 최단거리를 묻는 요즘이다. 이렇듯 필자가 정보를 얻는 주창구가 가족이나 지인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면서 정작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통화 횟수는 현저히 줄었다. 가끔 스스로 손 안의 작은 스마트폰이 필자가 보는 세상의 전부는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다.
얼마 전 결혼기념일을 맞아 둘만의 특별한 날을 자축하는 의미로 연애시절 자주 다녔던 추억의 장소로 드라이브여행을 떠나서도 스마트폰 때문에 분위기를 망쳤다. 가을바람으로 곱게 물든 거리와 부부만의 달콤한 대화 대신 스마트폰에 눈과 귀를 빼앗긴 부인이 곱게 보였을 리 없는 남편이 '중독'이란 말을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왠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단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중독'이란 단어에 욱하기 했지만, 정말 스마트폰에 나의 오감을 모두 가두고 살고 있는 건 아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육아와 가사에 늘 쫓겨 사는 필자에게 스마트폰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내 생각을 펼치고 타인의 소리를 접할 수 있는 훌륭한 소통의 도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역으로 지나친 의존과 집착은 피상적인 인간관계만 만들뿐이고 정작 끊임없이 소통해야하는 바로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단절을 가져온다. 정말 스마트한 세계는 스마트폰을 제대로 이용하는 사람에게만 열리는 신세계 같다.
SC페이퍼진 주부명예기자 1기 채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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