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쩌면 좋나….'
새 코너를 들고 한 달만에 돌아온 MBC '우리들의 일밤'(이하 일밤). 성적표를 들여다보니 탄식만 나온다. 첫 코너 '꿈엔들'의 전국 시청률은 1.7%(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 두번째 코너 '남심여심'은 2.8%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애국가 시청률이다. 특히 '꿈엔들'의 경우, 직전 코너인 '룰루랄라'의 종영 시청률 1.9%보다도 못한 굴욕을 맛봤다. '일밤'과 동시간대 방송된 KBS2 '해피선데이'와 SBS '일요일이 좋다'의 각 코너들이 모두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꽤 심각하다.
MBC 노조의 파업과 '룰루랄라' '나는 가수다' 시즌1의 종영 등으로 '일밤'은 한 달 동안 휴지기를 가졌다. 그리고 1981년 '일밤'이 탄생한지 30년만에 처음으로 외주제작사에 프로그램이 맡겨졌다. MBC 예능의 상징적 존재인 '일밤'의 몰락을 막기 위한 '심폐소생술'이었다. 애초 11일 첫방송을 내보낼 계획이었지만, 준비미흡으로 방송이 1주일 미뤄지기도 했다.
역시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악평이라도 할 만큼 관심이 있다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시청자들의 평가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고향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꿈엔들'은 충남 논산의 한 마을로 찾아갔다. 농촌 홍보를 목적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시골마을 어르신들의 푸근한 정과 입담이 카메라에 담겼다. 공익성을 웃음에 녹여냈던 '일밤'의 전통과 맞닿는 기획이었지만, 내용과 형식은 그렇지 못했다. 걸그룹의 농촌체험기를 담았던 '청춘불패'가 떠오른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6시 내고향'에 아이돌을 투입하면 예능인가?"라는 따가운 비판도 눈에 띈다. 지상렬, 김태현, 이경실, 정주리, 안선영, 최정윤, 엠블랙 이준 등 MC들의 구성도 조화롭지 못했다. 미쓰에이 수지와 민, 페이 등 특급게스트를 섭외했지만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았다.
그나마 '남심여심'은 상황이 낫다. 이 코너는 남녀 스타들이 성(性) 역할을 바꿔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정선희, 신봉선, 윤정희, 최송현, 에이핑크 은지는 축구장에서 남자들의 조기축구를 경험했고 정준하, 오만석, 강동호, 브라이언, 틴탑의 천지는 여자들의 파자마 파티를 체험했다. 두 팀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차이점을 부각시켜 재미를 느끼게 하려는 의도는 좋았다. 그러나 아이템 선정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파자마 파티에 나선 남성 MC들은 함께 출연한 여대생들이 파티 장식과 기념사진 촬영 등에 신경쓰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여성들의 문화가 과장되게 그려진 탓에 오히려 여성에 대한 편견만 불러일으키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장면이었다. "호텔에서 파티를 하는 여대생이 얼마나 될까"라는 한 시청자의 지적처럼 여성 시청자들조차 공감하기 힘든 아이템을 과연 남성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지켜볼지 의문이다. 첫 예능 MC 도전임에도 뜻밖의 예능감을 펼쳐낸 '예능 신생아' 오만석 정도가 이 코너의 수확이었다.
남자들의 조기축구 문화에 뛰어들어 '우중전'을 펼친 여성 MC들의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신봉선과 은지의 활약, 축구하다가 '성형부위'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97년도에 (성형을) 해서 바꿀 때가 됐다"며 입담을 발휘한 정선희의 노련함도 돋보였다. 그러나 이 또한 '무한걸스' 컨셉트와 비슷했다는 날카로운 지적을 피해가진 못했다.
'꿈엔들'과 '남심여심'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험난하다. 좋은 취지와 참신한 기획의도가 진부한 내용과 형식을 가려주진 못한다. 이제 첫 발을 뗐을 뿐인데 이같은 지적이 과도한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5월에 첫 출항을 목표로 하고 있는 '나는 가수다 시즌2'가 돌아오면 두 코너 중 하나는 폐지될지도 모른다. 치열한 내부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조금 더 분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남아 있는 시간이 결코 많지 않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캡쳐=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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