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는 두려움이 앞서기 마련이다. 안정까지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2005년 프로의 옷을 입은 한국 배구는 매시즌 변화를 꾀했다. 팀수를 늘려갔고 규정을 개정했다. 리모델링의 이유는 한 가지였다. 좀 더 팬들의 곁으로 다가가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관중은 서서히 증가했다. 지난시즌 집계된 관중은 프로배구 태동 이후 약 두 배에 달했다.
변화는 계속됐다. 이번 시즌 큰 틀이 바뀌었다. 순위 산정방식을 국제배구연맹의 규정에 맞췄다. 기존 승수제에서 차등승점제로 변경했다. 좀 더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유도하기 위해 모든 국제대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전세계 리그에선 한국과 이탈리아에만 적용되어 있다.
차등승점제에 반대했던 구단들은 머쓱해졌다. 효과가 컸다. 팬들의 함성이 커졌다. 숨가쁘게 6개월을 달려온 올시즌 정규리그 순위표가 말해준다. 남자부는 6라운드 초반 일찌감치 결정된 반면 여자부는 '춘추전국시대'였다. 마지막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내기 위한 전쟁이 펼쳐졌다. 현대건설, 흥국생명, IBK기업은행의 각축은 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기에 충분했다.
라이벌 구도의 변화는 프로배구의 질을 높였다. 그동안 최고의 빅매치는 삼성화재-현대캐피탈전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지난시즌부터 조금씩 바뀌어온 패러다임은 올시즌 완전히 굳어진 모습이다. 삼성화재-대한항공전으로 옮겨졌다. 물론 현대캐피탈-삼성화재전도 큰 관심을 받기는 마찬가지지만, 승부가 다소 싱겁게 갈리는 경우가 많아 재미가 반감됐다.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은 올시즌 6차례 맞붙어 4차례나 손에 땀을 쥐게 한 3대2 풀세트 접전을 펼쳤다. 특히 대한항공은 2연패 뒤 4연승을 내달려 최고의 명문 삼성화재의 진정한 라이벌임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밖에도 알찬 콘텐츠로 채워진 올스타전과 각 구단들의 팬심 잡기 노력 등은 프로배구의 희망을 노래했다.
하지만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웠다. 승부조작이라는 전혀 예상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교묘한 수법으로 팬들의 눈을 속였다. '겨울스포츠의 꽃'으로 자리매김하던 프로배구에 찬물을 끼얹었다. 믿는 도끼에 발등찍힌 팬들의 관심은 순식간에 줄어든 느낌이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 배구는 희망을 봤다. 승부조작 파문이 거세게 몰아치던 지난달 12일 벌어진 현대캐피탈-삼성화재전에서 올시즌 한 경기 최다관중(6485명) 기록을 썼다. 또 LIG손해보험과 드림식스가 마지막까지 보여준 투혼은 식었던 팬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남은 포스트시즌 뿐만 아니라 내년시즌 프로배구를 더 기대케하는 한줄기 빛이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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