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새 용병 투수 쉐인 유먼이 '한국형 용병'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라이언 사도스키의 후계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놀라운 적응력을 선보이며 선수단을 깜짝 놀라키고 있다는 후문이다.
미국 출신의 유먼은 올해 초 롯데와 계약을 체결하고 곧바로 사이판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합류하는 순간부터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얼굴과 애교 넘치는 행동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런 유먼이 선수들의 입을 딱 벌어지게 한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식사시간이었다. 뻘겋게 볶아진 돼지 두루치기를 본 유먼은 한입 먹어보더니 "굿"을 외쳤고 급기야 고기와 양념을 듬뿍 밥에 얹어 쓱싹쓱싹 비벼머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한국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용병 선수들을 봐왔던 선수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한국에 온 이후에도 유먼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돼지 두루치기와 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라고. 통역을 맡고 있는 롯데 이정홍 과장은 "보통 용병들은 소고기를 많이 먹는데 유먼 같은 경우 소고기는 거들떠도 안본다. 돼지고기와 김치의 궁합에 푹 빠져있다"며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다.
음식 뿐 아니다. 눈치도 100단이다. 양승호 감독은 21일 청주 한화전을 앞두고 유먼과의 재밌는 일화를 공개했다. 사연은 이렇다. 유먼은 20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한화전을 덕아웃에서 지켜봤다. 공교롭게도 양팀의 선발투수는 롯데 사도스키, 한화 브라이언 배스였다. 사도스키는 무난한 투구를 했지만 배스는 2이닝 6실점의 부진으로 조기 강판돼고 말았다. 양 감독은 "호텔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유먼이 헐레벌떡 뛰어오더라. 그러더니 다짜고짜 '나는 배스와 다르다. 잘 던질 자신이 있다. 걱정말라'며 큰소리를 치고 갔다"며 껄껄 웃었다. 실제로 유먼은 약속을 지켰다. 21일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4이닝 동안 삼진 5개를 곁들이며 무실점으로 한화 타선을 막아냈다.
친화력도 남다르다. 롯데는 지난 주중 두산과의 연습경기를 치렀다. 이 때 유먼도 등판했다. 실점 위기가 있었는데 이승화가 멋진 수비로 유먼의 위기를 넘겨줬다. 유먼은 "저런 수비는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라며 이승화에게 밥을 사겠다고 선언했다. 21일 경기에서도 3회말 한화 정범모가 친 타구가 중견수 앞으로 흘러나가는 듯 했지만 조성환이 몸을 날려 공을 잡아내고 타자를 아웃시키자 껑충껑충 뛰며 조성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나 더 있다. 바로 한국말 실력이다. 유창한 한국말을 자랑하는 사도스키에는 비교할 바 못되지만 사도스키가 가지지 못한 무기가 있다. 바로 정확한 발음이다. 이 과장은 "유먼의 한국 발음을 듣고 있으면 가끔 놀랄 때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말을 진지하게 배우고자 하는 열의 또한 대단하다.
용병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한국 생활에 얼마나 적응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좌우된다는 얘기가 있다. 일단 적응력만 놓고 보면 유먼의 '코리안 드림' 실현은 그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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