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 21일 목동구장에서 넥센과 시범경기를 치른 KIA 선동열 감독. 4,5월이 고비라고 했다. "두달만 슬기롭게 넘기면…"이라고 했다. 캠프 막판 주축 투수들의 부상 이탈로 인한 출혈 때문에 생긴 전략적 수정. 양현종 손영민 한기주 김진우 심동섭. 모두 KIA의 핵심 투수들이다. 시범경기를 치르는 선 감독의 마음은 급하다. 비상 상황에 대비한 유망주 발굴을 위해 눈을 크게 뜨고 관찰 중이다. 한승혁 이정훈 진해수 등 신예들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박빙의 승부처에서의 투입은 미지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믿을 구석은 역시 베테랑이다. '구관이 명관'이다. 선 감독은 "베테랑들의 페이스가 더 좋다"고 인정한다. 그 중심에 서재응과 유동훈이 있다. 시즌 초반 KIA 선발과 불펜진에 중심을 잡아줄 최고참 투수들.
선 감독은 마무리 후보를 고르는 중이다. 유동훈(35)도 후보 중 하나다. 선 감독은 "팀에 와서 보니 피칭 시 스트라이드가 너무 넓었다. 힘을 완전히 쓰지 못하는 것 같아 보폭을 조금 줄여보라고 조언했다. 현재 페이스가 좋다"고 설명했다. 작은 변화에도 미세한 투수. 가뜩이나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몸에 익은 폼을 바꾸는 작업이다. 본인은 어떤 느낌일까.
유동훈은 21일 목동 넥센전에 앞서 이런 말을 했다. "정대현(롯데)의 스트라이드가 좁잖아요. 타자 앞에서 변화가 심하죠. 감독님 조언대로 저도 캠프 기간 중에 (보폭을) 조금 줄였거든요. 확실히 공 끝의 무브먼트(변화)가 좋아지는 것 같아요." 스트라이드의 미세한 차이가 가져오는 큰 변화. 이유가 있을까. 메커니즘에 대한 유동훈의 설명. "감독님 말씀을 듣고 나니 제 보폭이 확실히 넓었더라구요. 자연스러운 중심 이동이 덜 이뤄졌었죠. 폭을 조금 줄였는데도 뒤에서 앞으로 넘어가는 이동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타자 앞에서의 볼끝의 움직임 차이는 특히 잠수함 투수에게 중요하다. 미세한 무브먼트의 차이가 정타와 범타를 결정한다. 유동훈은 베테랑 답게 '변화'를 빠르게 체화시켰다. 시범경기 2경기에서 2이닝을 소화하며 1안타 무실점, 탈삼진은 2개다. 21일 넥센전 8회 등판한 유동훈은 이날 홈런과 2루타를 날린 송지만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마지막 타자 지재옥에게도 공 3개만에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공이 춤추듯 살아 움직였다. 선 감독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유동훈.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2009년 포스로 돌아갈 준비를 일단 마쳤다.
목동=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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