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잠실구장에서 훈련할 땐 정말 답답했죠.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고…."
LG 플레잉코치 류택현(41)은 현역 투수 중 최고령이다. 지난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범경기서 667일만에 마운드를 밟은 데 이어 22일에는 SK전에서는 세이브를 올렸다. 비록 시범경기지만, 실점도 없고 페이스가 좋다. 무엇보다 오키나와 연습경기부터 지금까지 허용한 안타는 단 1개. 22일 SK 이호준에게 맞은 안타가 첫 피안타였다.
모처럼 올린 세이브, 축하한다는 말에도 그는 "아직 시범경기인데 큰 의미는 없다. 사실 가장 좋았던 2009년만큼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재활중이던 지난해 2군 훈련장인 구리구장에서 기자와 만나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당시 "2009년에는 공의 움직임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쉽게 말해 야구가 보였다. 그때서야 야구를 알게 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아직도 아쉬워하는 부분이 이 점이다. 야구의 재미를 알게된 뒤 재발한 통증. 2010시즌 초반 마지막 남아있던 팔꿈치 인대가 끊어졌음을 직감한 뒤에야 과거 수술 판정에도 참고 야구를 계속했던 것을 후회했다.
2010년 9월 왼손투수 류택현은 불혹의 나이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강행했다. 자비로 받은 수술이었다. 구단에서는 은퇴 후 전력분석원이나 스카우트로 새 출발을 권유했지만, 단칼에 거절했다. 결국 방출. 하지만 류택현은 특수 케이스였다. 박종훈 전 감독과의 면담 끝에 2군 훈련장인 구리구장에서 훈련할 수 있게 됐고, 재활을 마친 뒤 다시 입단 테스트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2010시즌 뒤 구단 실무의 총책임자인 단장이 교체되면서 류택현의 재입단 여부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위기에 처했다. 게다가 재활이 끝나갈 때쯤엔 사령탑마저 바뀌었다. 지난해 말 김기태 감독 앞에서 수차례 테스트를 받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일단 "좀더 지켜보자"는 결론이 나며 류택현은 플레잉코치로 계약할 수 있었다. 재기에 실패하더라도 왼손투수 육성을 위한 코치로 쓰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코치 신분으로 선수들과 함께 운동할 수는 없는 일. 보는 눈이 많아 매일 저녁 모두 퇴근한 뒤 남몰래 운동하는 일이 많았다. 혼자 잠실구장 그라운드를 뛰고, 웨이트장에서 바벨을 들었다. 이따금씩 "이쯤하면 됐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1년이 넘는 시간 재활에 매달린 것을 생각하면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류택현은 사이판 전지훈련에서 기회를 잡았다. 조계현 수석코치와 차명석 투수코치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훈련 시간에는 투수들과 함께 훈련에 치중했다. 일과시간 후에는 코치로서 해야되는 일까지 산더미 같았지만, 타고난 성실성 덕에 문제없이 해냈다. 김기태 감독에게도 좋은 보고가 올라갔고, 계속 기회의 끈을 쥘 수 있었다.
류택현은 지난달 14일 니혼햄과의 연습경기에서 처음 마운드에 올랐다. 기록은 1이닝 1볼넷 무실점. 김 감독은 류택현이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 따뜻하게 손을 잡아줬다. 그동안 류택현이 남몰래 운동해온 것을 떠올리고 짠한 마음이 들었다고.
놀라운 것은 류택현이 라이브피칭도 한번 하지 않고 마운드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불펜피칭만을 소화했는데 이날 경기에 앞서 갑자기 등판대기 지시가 떨어졌다. 라이브피칭이 타자를 세워놓고 한다지만, 실전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류택현은 흔들림없이 공을 던졌다. 어깨에 힘이 들어갈 만도 했지만, 적당히 억제하며 공을 던졌다.
류택현은 하루하루 등판할 때마다 관심을 받는 게 어색한 모양이다. 그래도 그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구단은 나이로 선수를 평가했다. 이젠 나이 말고 정말로 이 선수가 팀에 필요한지, 아닌지를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택현과 같은 왼손투수인 제이미 모이어(50·콜로라도)는 초청선수 자격으로 캠프에 참가해 빅리그에 재도전중이다. 일본프로야구에선 야마모토 마사히로(47·주니치)가 개막전 선발로 일찌감치 낙점됐다. 올시즌 류택현이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국내에서도 나이로 선수를 재단하는 일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류택현의 무모했던 도전이 소중한 이유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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