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가정법은 없다.
하지만 서른 다섯 김원섭(KIA 외야수)을 바라 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늘 안타까웠다. 매년 '3할 타율'이 가능한 출중한 실력의 소유자. 게다가 수비와 주루까지 두루 갖춘 '5툴 플레이어'다. 하지만 딱 하나, 체력이 부족하다. 프로 입문 후 그는 단 한차례도 한 시즌을 풀로 뛰어 본 적이 없다. 잘 나가다 체력 저하에 발목이 잡혔다. 체력이 떨어지면 잔부상도 쉽게 온다. '김원섭에게 시즌을 풀로 소화할 충분한 체력만 있었다면…'이란 안타까운 가정법이 따라다니는 이유다.
올시즌은 어떨까.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김원섭을 만났다. 그의 얼굴은 환했다. 정규 시즌을 2주쯤 남긴 시점. 긍정적 요소가 봄햇살만큼 가득하다.
"캠프를 풀타임으로 소화한 게 (프로 입문 이후) 이번이 처음이에요. 예년에 비해 체력 훈련도 많이 했습니다. 지금 몸상태가 괜찮은 편이에요."
체계적인 체력 훈련의 강조. 선동열 신임 감독 부임 이후의 큰 변화다. KIA는 캠프 내내 체력 훈련을 비중있게 실시했다. "이전에는 90% 이상 기술 훈련 위주였어요. 이번에는 조를 나눠 체력 훈련을 병행했죠. 체력 훈련 비중이 많이 늘었습니다."
선동열 감독은 "선수들이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체력 훈련을 소화하느라 지금 시점(캠프 직후 시범경기)에 조금 피곤함을 느낄 것"이라며 "하지만 여름 이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즌 중에도 꾸준하게 체력 훈련을 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선 감독의 체력 훈련 중시는 여름 이후 승부처를 겨냥한 조치. 숨이 턱턱 막힐 이 시점을 체력 싸움으로 보고 있다. 여름 승부에서 꾸준한 체력 유지를 통해 부상을 최소화하는 팀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는 논리. 여기에 선 감독이 강조하는 '뛰는 야구' 역시 꾸준한 체력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김원섭에게는 선 감독식 체력 훈련 강조가 호재다. 그래서일까. 과묵한 편인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올시즌 개인적 목표는 다른 건 없어요. 그저 한시즌을 풀타임으로 뛰는겁니다. 캠프도 처음으로 완주했으니까요."
시즌 체력을 매니지먼트해가는 방법도 찾았다. "예년에는 방망이가 안 맞으면 계속 배팅 연습만 해댔었어요. 제가 성격적으로 좀 그래요. 하지만 사이클이 떨어졌을 때 오히려 체력 훈련을 하면서 몸의 밸런스를 끌어올리는 방법이 맞는 것 같아요. 시즌 중간에도 꾸준하게 체력 훈련을 병행하려구요."
또 한가지 긍정적 요소는 광주구장에 새로 깔린 천연잔디다. 넓은 영역을 커버해야하는 외야수에게 시즌 절반을 뛰는 홈구장 그라운드 잔디는 매우 중요하다. 천연이냐 인조냐 여부는 체력 유지와 부상 방지에 있어 큰 차이를 낳는다. "천연잔디와 인조잔디는 정말 많이 달라요. 홈경기 이후 대전 등 인조잔디구장 원정이 연속으로 걸릴 때가 있어요. 외야에서 조금 많이 뛰었다 싶으면 자고 일어나서 몸이 무겁고 아프다는 걸 확실히 느껴요."
김원섭은 2008, 2009년 2년 연속 3할 타율과 20도루 이상을 기록했다. 체력 유지의 해법을 찾은만큼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치겠다는 각오. 선 감독이 그리고 있는 '뛰는 야구'의 밑그림에 김원섭도 핵심 선수 중 하나다.
"올해는 가능한 많이 뛰려구요. 많이 뛰어야 살아 남을 수 있으니까…"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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