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웃는다. 이 사내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세상 근심이 다 사라진다. 관중석에서 한 팬이 "구레나룻의 힘을 보여줘"라고 함성을 지르자 그 소리를 들은 박석민(27·삼성)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하얀 이를 드러냈다. 잠시 후 그는 기아 투수 한승혁을 두들겨 끝내기 2루타를 뽑았다. 삼성팬들은 "박석민"을 연호했고, 삼성 선수들은 29일 KIA와의 시범경기 연장전(11대10 삼성 승)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히어로 박석민을 축하해주기 바빴다.
박석민은 삼성 뿐 아니라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웃음 전도사 같다. 그는 늘 즐겁다. 방망이가 잘 맞지 않아도 웃는다. 코치는 말할 것도 없이 감독과도 선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농담을 주고 받는다. 박석민은 "야구가 잘 안 된다고 죽상을 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난 어릴 때부터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따라했다. 내가 웃어서 야구장에 오는 팬들이 기분이 좋아져 돌아가는게 좋다. 팬들이 많이 야구장을 찾아야 야구판이 커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삼성 유니폼을 입은 박석민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삼성 1군에서 뛰며 두각을 나타냈다. 손목 힘이 좋고 배팅 스피드가 빠르다. 2009년에는 홈런 24개를 때렸고, 2010년에는 타율이 3할(3할3리)을 넘겼다. 이번 시즌엔 삼성의 5번 또는 6번 타자로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작 팬들은 박석민을 몸개그 잘 하는 선수로 더 많이 기억한다. 지금도 인터넷에 떠도는 편집된 몸개그 동영상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헛스윙을 한 후 제자리에서 두바퀴 반을 돌기도 했고, 스윙한 후 배트를 놓친 게 삼성 덕아웃으로 날아가 동료들을 아찔하게 만들기도 했다. 파울 타구를 쫓아가다 덕아웃과 그라운드의 둔턱에 넘어져 한참 동안 허우적거린 적도 있다. 홈으로 쇄도해 포수의 태그를 살짝 피한 후 서로 노려보며 대치하는 보기드문 장면도 연출했다. 타격준비 자세에서 뒤로 허리를 젖히다가 허리띠 버클이 풀리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박석민은 결코 의도했던 웃음이 아니라고 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보는 사람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장면이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박석민은 뜬공을 수비할 때 간혹 낙하지점을 잘 잡지 못한다. 최근에는 반복된 훈련과 집중력을 끌어올리면서 많이 좋아졌다.
그는 올해 27세이지만 이미 두 살 연상의 아내(이은정씨)와 6세 아들(준현군)을 둔 가장이다. 박석민 보다 철이 더 많이 들었다는 아내는 남편에게 좀 점잖아 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아내는 "남편이 경기에 좀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그럼 지금 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석민은 아내의 충고를 들을 때마다 이제부터 몸개그가 아닌 멋진 플레이로 팬들을 웃게 만들겠다고 다짐을 한다고 했다. 그는 "그라운드에서의 몸개그는 후배들에게 물려주어야 겠다"면서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웃음을 드리겠다"고 했다.
박석민은 어린 시절 축구 스타 박주영(27·아스널)과 대구시 동구의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살았다. 당시 박주영은 반야월초에서 축구 선수로 성장했고, 박석민은 율하초 4학년부터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박석민은 아들(준현군)이 야구 선수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이미 아들이 야구를 하겠다고 하면 자신의 모교인 율하초에 입학시킬 계획까지 짜놓았다. 초등학교 시절 야구 은사(남동률 감독)에게 아들을 맡기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박석민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부자 프로야구 선수로 한국 야구사에 기록됐으면 좋겠다. 게다가 아들도 웃음을 주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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