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이대호에게 홈런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겠지만, 사실 타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타점이다. 한시즌 홈런이 10개에 그치더라도 만약 90타점 이상을 기록한다면 충분히 '성공한 용병'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첫 경기부터 타점이 나온 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대호는 30일 후쿠오카 야후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와의 원정 개막전에서 4타석 3타수 1안타 1볼넷 1삼진 1타점을 기록했다. 오릭스는 1대3으로 패했다. 이날 이대호의 타점은 팀의 유일한 점수였다. 이대호는 시범경기 12경기 동안 타율 2할5푼에 그치면서 홈런이 없었다. 무엇보다 타점도 3개에 그쳤다는 점이 불안요소였다.
첫 타석, 몸쪽에 당하다
소프트뱅크 선발은 오른손 에이스인 세쓰 다다시. 지난해 14승8패, 방어율 2.79를 기록한 투수다. 이대호는 0-0인 2회초 선두타자로 일본 정규시즌 첫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는 바깥쪽 코스로 시속 121㎞짜리 꽉 찬 슬라이더가 들어왔다. 흘려보냈다. 스트라이크. 2구째는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몸쪽에 붙은 140㎞ 직구였다. 볼.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139㎞짜리 몸쪽 꽉 찬 직구가 들어오자 배트를 냈지만 3루 파울플라이에 그쳤다.
두번째, 온갖 유혹을 견뎌내다
세쓰는 싱커를 잘 던지는 투수다. 두번째 타석에선 이대호가 세쓰의 유인구 싱커를 잘 참아냈다.
0-2로 뒤진 4회초 2사 2루. 볼카운트 2-1로 몰렸다. 4구째 바깥쪽 낮은 127㎞짜리 슬라이더가 들어왔고 이대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볼카운트 2-2. 여기서부터 141㎞짜리 직구와 109㎞짜리 커브를 모두 파울을 냈다. 무려 32㎞의 구속 차이로 잇달아 들어온 공을 커트해냈다.
7구째가 승부처였다. 세쓰의 장기인 133㎞짜리 싱커가 가운데 낮은 코스로 떨어졌다. 참아냈다. 이렇게 풀카운트가 됐고 8구째 슬라이더가 비슷하게 들어왔지만 적응이 된 이대호는 볼넷을 골라냈다. 이 장면에선 후속타 불발로 오릭스는 점수를 내지 못했다.
세번째, 인내로 얻은 자신감 적시타로 이어져
0-3으로 뒤진 6회초 1사 1,3루 세번째 타석. 여전히 투수는 세쓰였다. 초구에 129㎞짜리 싱커가 몸쪽 낮은 코스로 떨어져 볼이 선언됐다. 2구째 120㎞짜리 슬라이더는 낮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왔다. 볼카운트 1-1. 여기서 3구째 138㎞ 직구가 바깥쪽 높게 꽉 찬 코스로 들어오자 이대호가 기다렸다는 듯이 배트를 돌렸다. 파워를 실은 홈런 스윙은 아니었지만 정확했다. 투수옆 마운드를 스친 강습타구는 중전 적시타로 이어졌다. 이날 오릭스의 첫 점수가 이대호에게서 나왔다.
네번째, 파울 공방속 아쉬운 첫 삼진
1-3으로 뒤진 9회초 네번째 타석. 이대호에 앞서 선두타자 고토가 우중간 2루타로 출루했다. 또다시 무사 2루 타점 찬스. 이대호가 타석에 섰다.
상대투수는 용병 폴켄버그. 지난해 19세이브, 방어율 1.42를 기록했다. 초구에 125㎞짜리 손에서 빠진 높은 변화구가 들어와 볼이 됐다. 2구째부터 무려 6차례나 파울이 계속됐다. 130㎞대 중후반의 포크볼과 체인지업이 잇달아 들어왔는데 파울이 됐고, 151㎞와 154㎞짜리 몸쪽 직구도 파울로 걷어냈다.
하지만 8구째 138㎞짜리 포크볼이 몸쪽 낮게 제대로 떨어지자 이대호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2m의 큰 키로 좌우 코너워크가 거의 없이 높낮이로만 공략한 폴켄버그의 다양한 구질이 돋보였다. 비록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이날 이대호는 낯선 투수의 낯선 공을 상대로 힘없이 무너지지 않는 끈질긴 모습을 보였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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