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디펜딩 챔피언이다. 모두가 하나같이 삼성을 강력한 우승후보로 점친다. 삼성은 홈런타자 이승엽을 영입하면서 더 강해졌다. 그런데 삼성의 주변에 적들이 너무 많다. 모두 삼성이 강하지만 2연패하게 그냥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삼성이 '공공의 적'이 됐다. 전년도 챔피언은 당연히 다른 팀들의 시기 질투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삼성을 향한 다른 팀들의 경계심은 좀더 강하고 끈질기다.
삼성 레전드 출신 이만수 SK 감독은 대놓고 말한다. "삼성은 안 된다. 우리가 우승해야 한다"고 했다. 이만수 감독은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삼성에 입단, 1997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16년 동안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이만수 감독은 고향팀이 아닌 SK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이 감독에게 삼성은 영원한 고향인 동시에 넘고 싶은 팀인 셈이다. 이 감독은 지난해 대행 꼬리표를 달고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과 붙어 완패했다. 그 빚을 이번엔 꼭 갚아주고 싶은 것이다.
삼성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고 2010년부터 한화를 맡고 있는 한대화 감독도 삼성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그는 "작년에 우리는 공동 6위를 했지만 유독 삼성에는 강했다. 10승9패로 우리가 앞섰다"고 했다. 삼성은 한화에 여러 차례 발목이 잡혀 혼쭐이 났다. 한 감독은 "우리는 올해에도 삼성만 잡으면 된다"며 농을 섞어 류중일 감독을 협박했다. 한 감독은 삼성 구단을 훤히 꿰뚫고 있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6시즌을 삼성 코치로 일했다. 현재 삼성의 주축을 이루는 선수 뿐아니라 류 감독의 속옷 색깔부터 용병술까지 전부 알고 있다. 한 감독은 작정하고 삼성전에 최고의 에이스 류현진(한화)을 의도적으로 등판시키는 로테이션을 쓸 수도 있다.
삼성이 가장 경계할 쪽은 KIA 선동열 감독이다. 선 감독은 한대화 감독 이상으로 삼성을 잘 안다. 선 감독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삼성에서 감독과 코치를 했다. 그가 발탁하고 키웠던 타자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투수 안지만 정현욱 오승환 등이 삼성 전력의 중심이다. 류중일 감독 역시 선 감독 밑에서 마운드 운영 등을 배웠다. 선 감독은 삼성이 큰 경기에서 어떤 식으로 나올 걸 알고 있다. 물론 류 감독도 선 감독의 수를 알고 있다.
초보 사령탑 김기태 LG 감독과 김진욱 두산 감독, 삼성 레전드 중 한 명인 김시진 넥센 감독도 삼성을 1강으로 꼽았다. 삼성이 투타에서 모두 최강의 전력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삼성이 강한 벽이지만 부딪쳐 보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SK 정근우도 이승엽을 향해 "형님, 올해는 우리가 1등할게요"라며 선전 포고를 했다. LG 이병규는 "우리는 야구장에서 다른 팀들을 갖고 놀아보겠다"며 삼성을 포함 다른 팀들에 대한 도전의지를 보였다.
삼성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최강인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6선발로 확정된 용병 탈보트, 고든, 토종 차우찬 윤성환 장원삼 배영수가 모두 10승 이상을 올려줄 가능성이 높다. 의문을 가졌던 탈보트와 배영수가 시범경기를 통해 합격 판정을 받았다. 부상 등의 이변이 없는 한 선발진이 무너질 위험이 가장 적다. 게다가 지난해 우승에 가장 큰 동력이었던 중간 불펜(안지만 권오준 권 혁 정현욱)과 철벽 마무리 오승환의 어깨가 싱싱하다. 5회까지 삼성이 앞설 경우 뒤집힐 가능성은 올해에도 낮다고 봐야 한다.
삼성의 지난해 타력은 냉정하게 얘기해 별로였다. 팀 타율이 2할5푼9리로 6위, 출루율도 3할4푼3리로 4위였다. 여기에 이승엽이 3번 타자로 가세했다. 36세의 이승엽은 전성기를 지났지만 결정적인 한방을 때려줄 힘을 갖고 있다. 팽팽한 상황에서 투수와의 수싸움에서 앞설 것이다. 홈런 타자 최형우도 이승엽 뒤에 배치돼 반사 이익을 볼 수도 있다. '이승엽 효과'까지 이어질 경우 삼성의 팀 방망이는 지난해보다 강해질 수 있다. 게다가 삼성 구단의 물질적인 지원은 8개팀 중 최고로 좋다.
삼성은 지난 2005년에도 공공의 적이었다. 당시 삼성은 심정수 박진만 등 거물 FA 선수들을 싹쓸이하면서 미움의 대상이 됐다. 그래서 당시 선동열 감독은 괌 캠프에서 선수들 방에 '우린 공공의 적이다'라는 문구를 적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그때와 지금은 조금 분위기가 다르지만 삼성은 올해 거센 도전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삼성은 상대를 의식하는 것 보다 그들의 야구를 보여줄 경우 6번째 우승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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