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후보로 점쳐졌던 LG는 우승 1순위 삼성과의 개막 2연전을 모두 승리했다. 초보 사령탑 김기태 LG 감독은 승리의 기쁨과 함께 또 다른 소득을 올렸다. 그 중 하나가 마무리 리즈(29)의 새로운 발견이다. 리즈는 지난해 LG의 선발 투수였다. LG는 그런 리즈를 이번 시즌부터 마무리로 돌리는 변화를 주었다. 지난해 마무리 송신영이 한화로 이적한 후 마땅한 적임자를 찾다 선발의 한 자리를 비우면서까지 리즈에게 중책을 맡겼다.
리즈는 삼성과의 2연전에서 2세이브로 승리를 지켜냈다. 특히 8일 2차전(3대2 LG 승)에선 한국을 대표하는 홈런타자 이승엽과 최형우를 내야 땅볼로 잡아냈다. 비록 그 땅볼로 3루 주자가 들어와 2실점했지만 리즈의 공은 쉽게 볼 구질이 아니었다.
리즈의 최고 무기는 공이 빠르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지난해 8월 26일 대전 한화전에서 프로야구 역대 최고인 161㎞의 광속구를 찍었다. 경기 초반, 리즈의 빠른 볼은 힘까지 살려 타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비록 선발로 나갔을 때는 경기 후반에 힘이 떨어지는 약점을 노출했다. 장타를 맞아 경기를 망칠 때도 있었다. 그래서 리즈의 지난해 성적은 11승13패, 평균자책점은 3.88이었다.
선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고 굵게 던지는 마무리가 리즈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에서 입증됐다. 1차전에서 리즈는 공 12개를 던져 삼성 이지영과 배영섭을 삼진, 손주인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2차전에선 9회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 배영섭에게 볼넷에 이은 도루 허용, 대타 정형식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다시 도루를 내줘 무사 2,3루 위기를 맞았다. 리즈의 파괴력은 위기의 순간에서 나왔다.
이승엽과 최형우를 힘으로 눌렀다. 이승엽에겐 과감하게 직구 승부를 했다. 초구는 150㎞짜리 직구를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높은 곳에 찍었다. 2구는 높은 직구(150㎞) 볼로 유도했다. 리즈는 3구 153㎞ 직구를 한가운데 박았다. 실투라고 볼 수 있었다. 이승엽이 놓치지 않고 방망이를 돌렸지만 빗맞아 파울이 됐다. 리즈는 다시 비슷한 한가운데에 152㎞ 직구를 던졌고, 이승엽이 끌어당겼지만 타구는 2루수 앞으로 굴러갔다.
리즈는 "칠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가장 자신있는 직구를 결정구로 골랐다. 이승엽 역시 직구를 노려쳤지만 리즈의 구위에 완전히 밀렸다.
지난해 홈런왕 최형우도 리즈에게 똑같은 식으로 당했다. 최형우는 6구째 직구(153㎞)를 친 게 이승엽의 타구 처럼 2루수 앞으로 갔다. 리즈는 최형우에게 직구(152㎞), 체인지업(143㎞), 직구(152㎞), 직구(147㎞) 직구(149㎞) 직구(153㎞) 순으로 던졌다.
최형우는 한가운데 들어온 초구를 노려쳤지만 파울에 그쳤다. 리즈는 2구에 높은 볼을 던졌다. 최형우가 3구째 높은 스트라이크에 다시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또 빗맞아 파울이 됐다. 이때부터 리즈는 최형우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4구 바깥쪽 유인구는 볼, 5구는 몸쪽 낮게 유인구를 던졌다. 그리고 3B2S에서 결정구로 몸쪽에 직구를 던졌다. 최형우가 역시 방망이를 돌렸지만 막혔다. 리즈는 마지막 타자 박석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마쳤다.
처음 리즈가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했을 때 주위에선 리즈의 연투 능력에 의문을 달았다. 또 리즈가 변화구 제구력에 문제가 있어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커브와 포크볼은 생각 처럼 잘 먹히지 않았다. 투구 동작이 커 도루를 쉽게 내주는 문제점은 이번에도 노출됐다.
하지만 리즈는 당분간 마무리로 계속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김기태 LG 감독도 리즈의 초반 적응에 만족해 하고 있다. 리즈의 직구는 삼성의 철벽 마무리 오승환에 비해 묵직함은 떨어질 수 있지만 스피드 하나는 더 빠르다. 따라서 타자로선 주간 보다 야간에 힘있는 리즈를 만나면 오승환 이상의 부담감을 갖게 될 것이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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