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조성환이 지난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개막전에서 '괴물투수' 류현진을 상대로 홈런을 치던 순간, 서울의 한 병원에서 투병중인 조성환의 외할머니 이향님씨(88)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평생 애지중지했던 외손자가 홈런을 쳤으니 당연히 기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씨는 말을 할 힘도, 박수를 치고 좋아할 힘도 없었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 밖에 없었다.
외할머니에 대한 조성환의 사랑은 각별하다. 어렸을 때부터 이씨는 외손자 조성환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었다. 하지만 프로야구 선수라는 직업의 특성상, 외할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 조성환은 "어렸을 때 나를 키워주시다시피 했다. 병으로 쓰러지시고 나니 자주 찾아뵙지 못한게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조성환은 시범경기를 치르고 훈련을 하느라 병문안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 조성환에게 할머니를 찾아뵐 기회가 왔다. 롯데 선수단은 10일부터 잠실에서 열리는 LG와의 주중 3연전을 위해 9일 서울에 올라왔고 조성환은 짐을 풀자마자 곧바로 이씨가 입원중인 병원으로 달려갔다.
조성환은 "말씀을 잘 못하신다고 들었는데 나를 보시자마자 '잘했다'라고 말씀해주셨다"고 말했다. 지난해 마음 고생이 심했던 손자가 개막 2연전에서 잘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듯이 건네준 말에 조성환은 울컥했다. 그는 "평소에는 힘이 없으시다가도 손자가 나오면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셨다고 하더라"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성환은 "개막전을 마친 후 너무 정신이 없었다. 인터뷰에서 외할머니 얘기를 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후회됐다"며 "하루빨리 쾌차하셨으면 좋겠다. 손자가 야구를 잘하면 더 빨리 좋아지실 수 있지 않을까. 더 열심히 야구를 할 이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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