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시트콤 '스탠바이'가 순조롭게 첫 발을 내디뎠다.
9일 '스탠바이' 첫 방송의 전국 시청률은 7.1%(AGB닐슨). 전작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종영 시청률 9.9%보다는 소폭 떨어졌지만, '하이킥' 시리즈처럼 내세울 수 있는 타이틀이 없었다는 점에서는 꽤 준수한 성적표다.
시청자들도 호평 일색이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봤는데 기대 이상의 재미와 웃음을 줬다" "하이킥이 생각나지 않을 것 같다" "첫회 치고는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는 시청평이 줄을 이었다.
'스탠바이'는 아나운서, PD, 작가 등 방송가 사람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다. 이름이 진행인데도 방송 진행을 못하는 실수투성이 아나운서 류진행(류진)을 중심으로, 완벽주의 아나운서 하석진과 털털한 예능 PD 김수현 등 중심 캐릭터가 초반부터 또렷하게 자리를 잡았다.
특히 처음으로 시트콤에 도전한 류진의 연기는 발군이었다. 기존의 '실장님' 캐릭터 같은 반듯한 이미지도 살리면서 어리숙함을 보탰다. 지각으로 첫 뉴스를 망치고, 인터뷰를 하던 군수에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가 쌍코피를 내고, 월드컵 때는 상대팀이 넣은 골에 환호하는 등 '방송사고 3종세트'를 꼬리표처럼 달고 있는 류진행 캐릭터는 사회생활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던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만한 요소가 많았다. 또다시 방송사고를 내고 프로그램에서 잘린 뒤 마지막 생방송 도중 사랑하는 여자 김희정에게 공개 프러포즈를 하다가 아버지 류정우(최정우)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엔딩도 웃음을 자아냈다. 정신 없는 와중에도 책꽂이가 흐트러진 건 못 보는 강박증, 피부에 각별히 신경 쓰는 정결함 등 진행의 성격까지 꼼꼼히 녹여낸 연출력도 돋보였다. 과장되거나 일부러 망가지지 않고도 시청자들을 웃긴 류진의 연기는 진지해서 더 좋았다. 시청자들 또한 '류진의 발견'만으로도 '스탠바이'를 볼 이유가 충분하다는 반응이다.
'해를 품은 달'과 '적도의 남자'로 단박에 브라운관 신예로 떠오른 임시완은 '스탠바이'를 통해 연기자로 붙박이할 기세다. 엄마 김희정 앞에서는 해맑게 웃다가도 진행에겐 차갑게 돌변해 "엄마와 헤어지라"고 요구하는 고등학생 임시완의 야누스적인 모습은 이후의 활약에 대한 기대를 품게 했다.
'시크릿가든'의 '현빈 엄마' 문분홍 여사 못지 않게 표독하면서도 앙칼진 박준금의 연기는 극의 중심을 탄탄하게 잡아줬고, 능청스러운 이기우와 쾌활한 고등학생 고경표, '아부의 왕'으로 변신한 김연우와 쌈디의 연기자 변신도 감칠맛을 더했다.
캐릭터 나열만 해도 벅찬 20여분의 시간이지만 '스탠바이' 제작진은 류진행의 실수 연발 에피소드 속에 김수현의 짝사랑, 하석진의 라이벌의식,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등 인물들의 관계도와 이야기의 밑그림을 풍성하게 그려넣는 묘수를 발휘했다.
사실 '스탠바이'는 방송 시작 전엔 불운에 시달렸다. MBC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제작에 차질이 빚어졌고, 첫방송을 불과 3주 앞두고서야 카메라를 돌릴 수 있었다. 당연히 사전 홍보 시간도 충분치 않았다. 전작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시청률로 종영해 '스탠바이'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 동시간대 KBS2 시트콤 '선녀가 필요해'도 경쟁상대로 떠올랐다.
악재를 딛고 순항을 시작한 '스탠바이'. '하이킥'도 하지 못한 역습을 날려 '시트콤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아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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