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바꾼 보직, 결과는 정반대였다.
LG가 11일 잠실에서 열린 롯데와의 홈 개막전에 8대3으로 패했다. 지난 주말, 지난해 챔피언 삼성을 상대로 2연승을 올리며 파란을 예고했던 LG다. 하지만 홈에서 그 기세가 꺾이고 말았다. 롯데 타선에 장단 18안타를 허용하며 무릎을 꿇었다. 특히 2연승에 가려있던 LG의 약점, 마운드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선발 전환한 임찬규, 숙제 투성이 데뷔전
LG 선발 임찬규는 1회부터 실점 위기를 맞았다. 볼넷을 내준 김주찬을 견제로 잡아냈지만, 조성환 전준우에게 연속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수비가 도왔다. 전준우의 2루타 때 중견수-유격수-포수로 이어지는 완벽한 중계플레이로 홈으로 파고들던 조성환을 아웃시켰다.
3회에도 조성환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전준우의 우익수 플라이 때 행운의 더블플레이가 이어져 이닝을 마감했다. 임찬규는 매이닝 주자를 출루시키며 아슬아슬한 피칭을 이어갔다. 결국 4회에는 안타 3개와 투수실책으로 2실점했다. 5회에도 2사 1루서 홍성흔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았다.
선발 데뷔전은 혹독했다. 볼넷이 단 1개였다는 점이 유일한 위안거리였을 정도다. 5이닝 동안 총 75개의 공을 던졌고, 10안타를 허용하며 3실점(2자책)했다. 롯데 타선은 임찬규를 사정없이 몰아쳤다.
이날 임찬규의 직구 최고구속은 144㎞를 기록했지만, 볼끝은 너무나 가벼웠다. 커브와 체인지업 등을 적절히 섞어 던져봤지만, 효과는 없었다. 강력한 직구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변화구의 위력 역시 급감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볼끝도 가벼웠지만, 더 큰 문제는 제구였다. 타자 눈높이로 치기 좋게 들어가는 공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공이 빠르고 볼끝이 좋아도, 공이 높다면 타자들은 때려내기 마련이다. 롯데 타자들의 스윙은 가벼웠다.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타구는 쉽게 외야로 뻗어나갔다.
선발로 전환한 만큼, 임찬규는 지난해에 비해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 완급조절이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아직 갖고 있는 힘을 다 끌어내지 못하는 투수에겐 사치일 수 있다. 공의 위력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임찬규로선 앞으로 어떻게 힘을 분배할 지 더욱 고민해야 한다. 투구수 100개, 6~7이닝이 아니라 5이닝만 소화하고 불펜에 넘긴다는 생각을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중간으로 간 유원상, 원래 이렇게 잘 던졌어?
임찬규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 이가 있었다. 바로 중간계투로 보직을 옮긴 유원상이다. 유원상은 선발로 시즌을 준비하다 오키나와 전지훈련부터 짧은 이닝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차명석 투수코치는 "중간으로 갔을 때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며 선발 후보군에서 유원상을 제외했다. 대신 선발투수 바로 다음에 던지는 롱릴리프로 낙점됐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원상은 중간에서 본인이 가진 장점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오히려 자신에게 잘 맞는 새 옷을 찾은 기분이다.
7회 등판한 유원상은 1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조성환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김주찬 전준우 홍성흔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유원상은 140㎞대 중반의 직구를 원하는 곳에 정확히 넣었다. 스트라이크존 낮은 쪽, 그리고 구석구석으로 제구가 완벽히 이뤄졌다.
물론 선발로 던질 때와 달리 중간에서는 공 하나 하나에 전력투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원상은 힘으로 상대를 제압한 게 아니다. 직구에 힘은 있었지만, 오히려 정확한 제구력을 앞세운 기교파 투수의 모습에 가까웠다.
유원상은 직구와 슬라이더 만으로 승부했다. 물론 선발보다는 짧은 이닝 전력을 다하는 중간계투에서 단순함이 통할 수 있다. 그래도 임찬규에게 유원상 케이스는 참고할 부분이 있다. 공을 낮게 던질 수 있는 제구력, 그리고 직구에 힘을 더한다면 여러가지 변화구로 타자를 현혹시키는 것보다 훨씬 큰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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