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두산 마지막 타자 최재훈을 삼진으로 넉다운시키는 순간 한화 마무리 바티스타는 승리의 기쁨으로 '하늘이시여' 세리머니를 했다.
6⅓이닝으로 승리요건을 갖춘 뒤 덕아웃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찬호 등 한화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와 일렬로 도열했다.
그라운드에서 마지막 수비를 마친 한화 선수들이 한 명씩 퇴장하며 도열하고 있던 선수들과 차례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3연패 탈출의 기쁨을 만끽했다.
여기까지는 늘상 경기가 끝난 뒤 볼 수 있는 승리팀만이 누릴 수 있는 승리 뒷풀이 의식이다.
마무리 바티스타가 손바닥을 마주칠 순서가 왔을 때 흥미로운 '보물찾기'가 시작됐다. 바티스타를 맞이하던 박찬호가 애절한 표정으로 "볼"을 외쳤다.
바티스타가 승리를 확정지을 때 던졌던 마지막 공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박찬호가 한국 데뷔전에서 첫승을 거두는 순간을 기념하는 흔적이다.
박찬호 개인은 물론 국내 프로야구사에 오래 기억될 기념품으로 소장하고 싶은 '보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티스타는 박찬호의 질문에 별 대답을 못했다. 마지막 투구를 하고 마운드를 곧장 내려왔으니 따로 챙기지 않을 것이다.
박찬호는 과자를 찾는 어린 아이 처럼 한층 다급해진 표정이었다. 덕아웃으로 퇴장하는 동안에도 바티스타를 재차 부르며 "공이 어디있냐"로 물었다.
역시 공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박찬호의 기념공 찾기는 여기서 무산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박찬호의 심정을 알았을까. 숨은 공신이 있었으니 후배 류현진이었다.
류현진이 경기가 끝난 뒤 포수 신경현으로부터 마지막 공을 받아서 챙겨두고 있었던 것이다. 에이스 류현진은 이런 경기에서 기념공을 간직하는 게 당사자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박찬호는 이날 경기를 중계한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하던 도중 애타게 찾았던 공을 전달받은 뒤 활짝 웃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구단 프런트에서도 박찬호의 기념공이 사라졌거나 다른 공과 뒤섞인 줄 알고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류현진이 박찬호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던 오성일 홍보팀장을 따로 불러 챙겨뒀던 공을 넘겨줬다.
방송 인터뷰 도중 박찬호에게 공을 넘겨준 이는 오 팀장이었다. 박찬호의 애절한 '보물찾기'는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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