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8경기만을 치렀다. 속단은 금물이다.
그러나 다른 느낌, 다른 출발이다. 롯데의 얘기다. 5승1무2패, 선두 SK에 반 게임 뒤진 단독 2위.
문제는 경기력이다. 화려함을 걷어내고 내실로 채웠다. 특히 야수들이 인상적이다. 이대호의 공백을 십시일반으로 잘 메우고 있다. 아니 오히려 플러스되는 부분도 있다. '이대호 공백'은 아직까지 없다.
타격
이대호는 타고난 파워로 장타를, 덩치에 맞지 않는 유연성을 바탕으로 뛰어난 컨택트 능력을 가진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 지난 시즌 팀동료 홍성흔은 "참 대단하다.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안타라도 쳐낸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국내 최고수준의 컨택트 능력을 자랑하는 홍성흔이 이런 말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팀에는 이대호의 빛만 있는 게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이대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은연 중에 스며드는 타자들의 느슨함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 달라졌다. 롯데 타자들의 긴장감은 남다르다. 이대호가 없기 때문이다.
이대호가 빠진 1루수 주전 자리를 꿰찬 박종윤의 활약이 눈부시다. 이대호에 가려 벤치신세였던 박종윤은 다른 팀에 가면 당장 주전을 꿰찰 수 있는 공수능력을 지녔다. 17일 현재까지 4할4푼8리, 팀내 히팅리더다.
베테랑 조성환의 활약도 훌륭하다. 4할5리, 최근 대세가 된 '공격형 2번 타자'의 간판얼굴이 됐다.
이대호의 공백에 가장 많이 스트레스를 받은 것은 홍성흔이다. 새로운 롯데의 4번타자가 됐기 때문. 여러가지 타격폼을 시험한 그는 항상 "난 이대호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가 올 시즌 선언한 것은 '컨택트형 4번 타자'. 홈런보다 팀타격으로 팀 공헌도를 높이겠다는 의미. 불방망이다. 3할7푼9리, 2개의 홈런에 1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전준우와 강민호의 잔부상, 손아섭의 뒤늦은 합류로 인한 컨디션 난조 등을 감안하면 시즌 초반임을 백분 고려해도 이대호의 공백은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수비
이대호가 빠진 것이 오히려 득이 되는 게 아니냐는 '과감한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근거다.
1루수 박종윤의 수비는 완벽하다.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다. 8경기 동안 여러차례의 호수비. 실점 위기를 막은 부분도 많다. 모든 전문가들이 "박종윤이 이대호보다 확실히 우위에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1루가 안정되면서 전체적인 내야 수비가 견고해졌다. 박종윤의 합류로 인한 전체적인 내야수비 강화라는 시너지 효과다. 실제 지난 15일 부산 두산전에서 롯데느 4회까지 3개의 병살타를 처리했다. 강한 수비의 힘으로 두산을 압박했다. 최근 몇 년간 롯데에게 볼 수 없었던 부분이다. 시즌 전 스프링캠프동안 많은 노력도 있었다. 이제 롯데 수비가 약하다는 지적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있다. 부가적으로 기동력이 좋아진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이대호의 공백으로 롯데의 객관적인 전력 자체가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타석에서 이대호의 존재감은 그 누구도 채울 수 없다. 상대 투수들의 중압감도 다르다. 거기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엄청나다.
그런 커다란 공백을 롯데 타자들는 잘 메우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오히려 수비를 강화하면서 사이즈는 적지만 훨씬 탄탄해진 자이언츠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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