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에서는 간혹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오히려 좋은 기록이 나온다"는 말이 있다.
매우 드물지만, 실제로 있는 케이스다. 심한 몸살로 경기 전 타격연습도 제대로 못했는데 만루홈런을 친다거나, 불펜에서 제구가 전혀 안됐는데 막상 선발로 나가서는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거나 하는 일이다. 실제로 '레전드' 선동열 KIA 감독도 "현역 시절에 정말 안좋은 컨디션이라 걱정하면서 마운드에 올랐는데, 완봉승을 한 적도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가 주는 교훈은 결국 불필요한 힘을 빼고, 더 집중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LG 정성훈이 이를 제대로 입증했다.
정성훈은 18일 청주 한화전에서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으로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특히 0-1로 뒤지던 7회초 무사 2루에서 이전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한화 선발 박찬호로부터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2점홈런을 뽑아낸 것이 활약의 압권이었다. 이 홈런으로 정성훈은 지난 15일 잠실 KIA전과 17일 청주 한화전에 이어 올시즌 처음으로 3경기 연속 홈런을 치는 위력을 뿜어냈다. LG 신임 4번타자의 위용을 제대로 과시한 셈이다.
그런데 이날 경기를 앞두고 정성훈의 컨디션은 매우 좋지 않았다. 잠실 KIA전에서 슬라이딩을 하다 오른쪽 손목을 살짝 접질리는 바람에 송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였다. LG 김기태 감독은 "타격은 괜찮지만, 송구에 필요한 근육이 좀 상했다"며 17일에 이어 이날도 수비에서 제외한 채 지명타자로만 기용했다.
때문에 정성훈이 4번으로서 제대로 활약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컸다. 하지만 정성훈은 실력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동시에 컨디션이 좋지 않음에도 4번에 기용한 감독의 믿음에 부흥했다. 초반에는 박찬호와의 승부에서 밀렸다. 2회 선두타자로 나온 첫 타석과 4회 1사 1루에서 맞이한 두 번째 타석에서 모두 삼진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정성훈은 "박찬호 선배와 처음 대결인데 정말 공격적인 피칭에 삼진을 두 번이나 당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그 아쉬움은 세 번째 대결에서 깨끗이 가셨다. 정성훈은 박찬호의 초구 투심패스트볼(시속 142㎞)이 한가운데 높은 코스의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자 그대로 잡아당겨 좌측 관중석 상단에 꽂았다. 컨디션은 좋지 않더라도 꼭 필요할 때 한방 쳐주는 클러치 능력은 대단했다. 벌써 세 경기 연속 홈런인데다 15일 잠실 KIA전에 이어 그의 홈런이 두 번이나 결승 타점이 된 것이다. 정성훈은 "팀이 이겨 기쁘다. 삼진을 두 번 당한 뒤 나도 공격적으로 초구를 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컨디션이 썩 좋은 상태가 아니라 타격을 할 때 몸에 힘을 빼고 타격을 하니 계속 홈런이 나온다. 앞으로도 팀의 4번으로서 제 몫을 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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