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요즘 한화 박찬호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박찬호의 올시즌 2경기 성적은 성공적이었다.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평균자책점 3.55,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 0.95, 피안타율이 0.196 밖에 되지 않는다.
불펜 테스트 차원에서 1이닝 밖에 던지지 않은 송창식을 제외하고 한화 마운드에서 최고의 성적이다. 현재까지 최종 승패 결과는 1승1패.
18일 LG전에서 1패를 안았지만 6⅓이닝을 버티는 동안 1득점 밖에 지원하지 못한 타선의 부진 탓이 더 컸다.
시범경기 때만 해도 2경기 평균자책점 12.96으로 우려감을 안겼던 것과 비교하면 생판 다른 모습으로 연착륙을 하는 중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박찬호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시범경기에 비해 왜 이렇게 달라졌는지, 현재 그의 진가는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시범경기때 일부러 감췄다?
야구팬과 야구계에서 최근 회자되는 말이 '영화배우(주인공) 박찬호'다. 결정적인 순간에 깜짝 등장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주인공같다는 것이다. 박찬호가 시범경기때 걱정을 안길 정도로 부진하다가 정작 시즌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베테랑 박찬호가 시범경기때 일부러 '기술'을 감추고 있다가 시즌 들어와서 진가를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페이스 조절론'이 강력하게 대두됐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한화 등 주변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박찬호는 시범경기때 페이스를 조절하고 말고 할 처지가 되지 못했다. 한대화 감독은 박찬호를 선발자원으로 낙점하지 않은 채 시범경기를 치렀다. 시범경기 상태를 봐서 선발 로테이션을 완성할 참이었다. 박찬호는 시범경기에서 테스트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처지에서 일부러 발톱을 감추기 위한 피칭을 하는 등 여유를 부릴 수 없다는 게 한화의 분석이다. 박찬호가 그토록 갈망했던 선발에서 제외될 판인데 어떻게 페이스 조절을 하겠냐는 것이다. 그럼 왜 달라졌을까? 한화는 국내야구 적응도를 꼽았다. 돌아온 박찬호는 시범경기 진행 중에도 상대 팀 타자 성향 분석을 병행하고 있었다. 자신의 어떤 피칭 컨트롤이 통하는지 스스로 실험하는 과정에서 뭇매를 맞았지만 시범경기가 끝날 즈음 타자분석을 어느 정도 완성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상대를 파악한 뒤 맞은 정규시즌은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볼 카운트 싸움보다 맞혀 잡는 쪽을 보강해야 한다"는 한 감독의 주문을 착실하게 따랐다. 박찬호의 현재 GO/FO(뜬공 대비 땅볼 비율)는 2.71로 국내 투수 가운데 전체 3위로, 땅볼 유도 능력이 상당히 뛰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박찬호의 출전을 중계한 XTM 이효봉 해설위원은 "자신감있게 전력 피칭을 하는 박찬호의 모습은 불혹의 선수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상대를 파악하니 자신감이 붙었고 그래서 달라진 것이다.
적정 피칭은 어디까지?
박찬호가 지난 두 차례 등판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내 보인 부족한 2%가 있다. 7이닝 징크스다. 지난 12일 두산전에서 첫 승을 챙길 때 6이닝까지는 4탈삼진 2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했다. 하지만 7회 들어 타자 3명을 상대하는 동안 삼진 1개를 추가했지만 안타 1개를 맞으며 1사 1, 2루에서 강판됐다. 결국 이는 2자책점의 빌미가 됐다. 타선의 도움으로 미리 4득점을 한 덕분에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18일 LG전에서도 7회에 무너졌다. 이번 LG전에서 박찬호는 두산전과 마찬가지로 6이닝까지 3안타 무4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놀라운 선발 능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7회 들어와서 2루타-홈런-땅볼-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하면서 3실점, 패전의 멍에를 안고 말았다. 이들 두 경기에서의 7이닝째 실패 모두 투구수 80개를 넘는 시점에서 발생했다. 투구수 80개를 넘어가자 구위가 떨어지는 모습이 눈에 띌 정도로 역력했다는 단점을 노출한 것이다. 결국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해 체력적인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선발 투수가 100개까지는 버텨줘야 불펜을 여유있게 가동할 수 있다. 최강 불펜 박정진이 부상으로 빠진 한화로서는 이닝이터가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하지만 박찬호는 6이닝, 투구수 80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적인 적재적량이지만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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