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은 불운의 늪에서 언제쯤 탈출할 수 있을까.
한화의 에이스 '괴물' 류현진이 또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벌써 세 번째다. '지독한 불운'이라는 진부한 표현으로는 류현진의 안타까운 행보를 설명하기 부족하다. 세 경기 승리투수가 될 자격이 차고 넘칠만큼 기막힌 호투를 펼쳤음에도 류현진에게 남은 승패기록은 '1패' 뿐이다.
류현진은 이를 악물고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풀어냈지만, 언제나 마지막 한 고비가 문제였다. 19일 청주 LG전에서도 9이닝 동안 5안타(1홈런) 1볼넷 9삼진 1실점으로 에이스의 자격을 증명했지만, 겨우 패전을 면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올 시즌 류현진이 겪고 있는 불운은 과연 어디서부터 비롯됐을까.
막강한 기록, 부실한 소득
간단한 기록을 살펴보자. 류현진이 얼마나 엄청난 투수인 지 금세 알 수 있다. 류현진은 지난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와의 개막전 등판을 시작으로 13일 인천 SK전에 이어 19일 청주 LG전까지 총 3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3경기에서 총 23이닝을 소화했고, 삼진 27개를 잡아냈으며 볼넷은 4개를 내줬다. 자책점은 불과 3점 밖에 되지 않는다.
이를 정리해 류현진을 표현해보자. '경기당 평균 7⅔이닝을 던지는 무시무시한 이닝이터'이자 '매 경기 9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닥터 K' 그리고 '평균자책점 1.17에 삼진/볼넷 비율이 6.75(삼진 6.75개 당 볼넷 1개를 허용한다는 의미)나 되는 절묘한 제구력의 소유자'. 선발투수에게 붙일 수 있는 거의 모든 찬사를 한 몸에 받을 만한 투수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렇게 뛰어난 호투를 펼치고도 류현진은 3경기에서 단 1패만 떠안았다. 7일 부산 롯데전에서는 다소 몸상태가 좋지 않은 듯 했다. 6이닝 동안 8안타나 맞으면서 2점을 내준 끝에 패전투수가 됐다. 다른 투수였다면 '호투'라고 표현할 수 있었겠지만, 류현진이기에 이 경기는 '부진'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류현진은 다시 '괴물모드'를 가동했다. 두 번째 등판인 지난 13일 인천 SK전에서는 8이닝 동안 무려 126개의 공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삼진은 당시 한 경기 시즌 최다인 13개나 잡아냈고, 안타도 4개밖에 맞지 않으면서 무실점 경기를 달성했다. 그런데 SK타선 못지않게 한화 타선도 득점을 뽑아주지 못했다. 결국 류현진은 0-0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승패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득점지원 0.78점, 완봉해도 못 이긴다
19일 청주 LG전도 바로 이전 등판과 흡사한 케이스다. 류현진은 9회까지 정규이닝을 모두 책임졌다. 이날도 115개의 공을 던졌고, 안타는 5개 밖에 맞지 않은 채 삼진 9개를 잡아냈다. 8회까지 무실점으로 이어갔으나 9회 LG 선두타자 정성훈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한 것이 유일한 '옥에 티'였다. 하지만 한화 타선은 이날도 9회말에만 겨우 장성호의 솔로홈런으로 1점을 냈을 뿐이었다. 류현진은 간신히 패전을 면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무리 류현진이 무실점 혹은 1실점으로 완투하더라도 팀 타선이 점수를 못 내면 소용없다는 것이 증명되는 장면들이다.
한화는 지난 18일까지 8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낮은 득점권 타율(2할6푼6리)을 기록 중이다. 또한 총 득점부분 최하위(28점)다. 이는 곧 점수를 내야할 상황에서 타선이 침묵하면서 점수를 못뽑는다는 뜻이다. 특히 류현진이 등판했을 때이 득점지원은 겨우 0.78점(9이닝 기준, 23이닝 2득점)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1점도 채 못 도와준다는 뜻이다.
아무리 천하의 류현진이라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라면 승리를 따낼 수 없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류현진의 '불운의 늪'은 점점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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